크리스마스, 혹은 다른 기념일 선물로 개나 고양이를 생각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그 생각을 접어주시기 바랍니다.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만 지나면 2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버려진다고 합니다.
데일리메일, 미러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런던 남부 배터시의 동물보호소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Battersea Dogs & Cats Home)에는 새해 첫번째 ‘크리스마스 선물’ 유기견이 생겼다고 합니다. 생후 8주밖에 안 된 강아지의 이름은 ‘로니’. 로니는 주인의 여자친구가 인터넷을 통해 구매해 주인에게 선물한 강아지입니다. 하지만 선물을 받은 로니의 주인은 크리스마스로부터 겨우 1주일 뒤인 1월 2일, 로니를 보호소로 데려갔습니다. 집을 잃은 상태라 더 이상 로니를 돌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물건을 사듯 가벼운 마음으로 강아지를 구입해 선물한 결과는 비극이었습니다.
보호소 관리인 스티븐 크래덕(Steven Craddock)씨는 “올해 처음으로 우리 시설에 들어온 강아지가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강아지라는 사실에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몇달 동안 로니와 같이 주인이 돌볼 준비조차 돼 있지 않은 집으로 온라인을 통해 팔려갈 수천여 마리의 개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말입니다.
그나마 로니는 다행인 편입니다. 이 보호소에서는 로니를 돌봐줄 직원들이 있고 로니는 어리고 귀엽기 때문에 머잖아 가족을 다시 찾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온라인에서 동물을 판매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보호소 관계자는 “동물복지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무책임한 사육사(브리더)가 아직 어린 로니를 어미에게서 떼어내 판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개를 온라인에서 매매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고 이는 배터시가 현재 마주한 최대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로니가 건강검진을 하는 동안 임시로 자택에서 그를 돌보고 있는 보호소 직원 앨리스 홀트(Alice Holt)씨는 “겨우 하룻밤 동안 우리집에 머물렀지만 매우 잘 적응하고 있다”며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도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라고 전했습니다.
로니는 현재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하고 있는 단계로, 이 과정이 끝나면 새로운 입양 가족 찾기를 시작합니다. 로니에게 가장 적합한 입양자를 찾기 위해 데이터를 통한 매칭 프로세스를 진행할 것이라고 합니다. 로니는 성장하면 대형견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입양 희망자에게 아이가 있는지 여부를 포함한 여러 부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배터시에서는 입양을 원하는 사람은 인적사항을 등록해야 하며, 직원이 가정방문을 통해 대형견을 수용할 만큼 넓은 정원이 있는지 확인하기도 합니다. 또한 입양심사 팀의 심사를 통해 반려동물의 성격과 입양 희망자의 정보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러고 나서야 입양이 이뤄집니다.
‘크리스마스뿐만이 아닌 평생을 함께 할 개’(A dog is for life, not just for Christmas)
영국의 보호단체 도그스 트러스트(Dogs Trust)의 슬로건입니다. 개는 평생을 함께 할 각오를 해야 하는 인생에서 매우 소중한 동물이지요. 그렇지만 아직까지 현실은 이 슬로건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보호소 측은 향후 몇 주 동안은 로니와 같은 사연을 가진 유기견들이 보호소 문을 통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하네요.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