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대형호텔에서 보안주임으로 일하던 홍모(58)씨는 지난해 8월 11일 오전 3시쯤 보안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에서 A씨를 발견했다. 행동부터가 이상했다. 호텔 7층부터 31층까지 무작위로 돌아다니며 객실 초인종을 누르고 있던 것. 홍씨는 보안팀장 강모(33)씨와 보안요원 이모(30)씨에게 A씨를 저지하라고 지시했다.
강씨와 이씨가 A씨를 만난 곳은 31층. 이씨는 A씨에게 ‘헤드락(상대 머리를 팔로 감싸는 레슬링 잡기 기술)’을 건 뒤 다리로 머리를 누르고는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저항하자 강씨는 A씨를 넘어뜨린 뒤 올라타 목을 눌렀다. 5분 뒤 현장에 도착한 홍씨는 A씨를 계속 제압하라 지시한 뒤 자신도 경찰이 올 때까지 발을 붙잡고 있었다. A씨는 10여분 간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한 채 바닥에 깔려 있어야 했다.
경찰이 도착해 A씨에게 수갑을 채웠다. 그런데 A씨 호흡이 심상치 않았다. 경찰이 다급히 심폐소생술을 한 뒤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했지만 A씨는 낮 12시 30분쯤 응급실에서 사망했다. 목과 가슴 부위 압박에 따른 질식사였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성필)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강씨와 이씨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호텔에 무단으로 온 사람이 있더라도 가장 피해가 작은 방법을 사용했어야 했다”며 “A씨를 장시간 바닥에 엎드리게 한 채 압박해 질식사시킨 책임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씨에게는 A씨가 사망할 정도까지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 폭행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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