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은 언제나 놀라운 연기력으로 어떤 캐릭터든 실존하는 인물처럼 창조해낸다. 그는 최근작 ‘남한산성’ ‘싱글라이더’ ‘마스터’ 등에서 묵직한 중년을 연기한 것과 달리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친근한 얼굴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전직 복서라고 돼 있지만 사실 그가 맡은 캐릭터 조하는 길거리를 전전하는 백수 삼촌의 모습이다. 그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서번트증후군 동생에게 맞아 코피마저 흘리며 있는 힘껏 관객들을 울고 웃긴다.
이병헌은 이번 영화 속 연기 변신에 대해 “변신을 해야겠구나 생각을 하진 않았다.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다. 결정 후 보니까 정말 오랜만에 생활 연기를 하게 됐더라. 20년 전 출연했던 드라마에서의 모습과는 비슷하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의외의 캐릭터로 다가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물론 이런 장르 택한 것 자체가 의외이긴 하다. 휴먼드라마가 오랜만이다”고 운을 뗐다.
이병헌이 이 작품을 출연한 것에 대해 ‘의외’라고 하는 이유는 캐릭터도 있지만, 앞서 그가 출연했던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서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기 때문도 있다. 하지만 예산과 별개로 ‘그것만이 내 세상’은 보편적인 감성을 가진 가족극으로서 대중성을 가지고 있기에 흥행을 기대케 한다.
그는 “늘 생각하지만 흥행은 누구도 모르는 거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게 봤다. 새해를 시작하는 영화로 손색이 없다. 깊은 메시지를 주거나 무겁지 않더라도 기분 좋게 볼 수 있다”고 말하며 “굳이 메시지를 찾자면 ‘하찮게 생각한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은 다 개인주의화 되지 않았나. 가족들이 모여도 대화 없이 핸드폰으로 각자 다른 세상을 본다. 이런 세대들에게 내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다”고 설명했다.
소소한 웃음과 감동이 있는 작품이기에 실제 영화 촬영장 분위기 또한 훈훈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영화가 주는 정서가 현장에서도 따라온다. 내가 촬영하면서 신나지 않으면 그 감정이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내가 신나게 한판 놀아야 관객도 같은 리듬으로 받아들이고 놀 수 있다. 코미디인데 썰렁해지면 안 되지 않나. 가장 최악은 현장에서만 웃긴 거다”며 코미디 장르를 연기한 배우로써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병헌은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가 끌렸던 이유로 ‘정서’를 꼽았다. 그는 “내가 이 영화를 한다니까 ‘JK의 신파’가 있냐는 소리를 들었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웃기려고 하든 눈물을 쥐어짜려고 하든 선만 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판단했을 땐 선을 넘지 않는 시나리오였다. ‘공식’이라고 하는 것은 영화가 만들어진 이래로 생긴 것이고 앞으로도 있을 거다”고 소신을 밝혔다.
특히 ‘그것만이 내 세상’은 2018년에 언론에 공개된 첫 한국 영화로 주목 받았다. 2018년을 맞은 이병헌의 올 한해 바람은 무엇일까. 그는 “별 다른 건 없다. 매년 연초가 되면 ‘올해 어떤 작품이 나오고 관객들이 사랑해주실까’ 생각한다. 지금같이 개봉하는 작품이 있을 때는 작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답했다.
이번 영화 외에도 그는 현재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촬영에 한창이다. 이병헌은 “촬영한 지 한 달 넘었는데 내 분량은 거의 안 찍었다. 영화 홍보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찍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이나 촬영에 들어갈 작품들이 가득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드라마 외엔 따로 차기작이 없는 상태다. 이후 할리우드작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백지 상태다. 드라마가 끝나면 공백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지금 생각으로는 그때쯤 몸 상태가 많이 힘들어질 것 같다. 막연하게 쉬면 어떨까 생각중이다. 그래도 미국에서 꼭 그때 해야만 하는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고 이야기 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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