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 혐의로 재판을 받던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재무국장 로버트 버드 드와이어(R. Budd Dwyer, 1939~1987)가 1987년 1월22일 오전 기자회견 도중 권총으로 자살했다. 10년 간 공화당 주 상원의원(71~81)을 지낸 정치인의 극단적 선택은 그 자체로 공직자 윤리와 책임을 둘러싼 논란을 낳았지만, 몇몇 방송사가 녹화한 자살 장면을 여과 없이 방송해 미디어 윤리 공방이 빚어지기도 했다.
앨리게니(Allegheny) 대학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고 지역 고교 사회과 교사겸 풋볼 코치로 활동하던 그는 64년 주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두 차례 재선에 성공했고, 71년 주 상원의원이 됐다. 70년대 중반부터 주정부 재무국장에 도전해 81년 뜻을 이뤘지만 인기 있는 지역 정치인이었던 그의 야심은 더 컸을 것이다.
주 정부가 연방보험료법(FICA)에 따른 공무원 원천징수 세금을 규정보다 더 걷어온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입찰을 통해 460만 달러에 환급금 산정을 위한 외부 회계법인을 선정했다. 주지사가 익명의 투서를 받은 건 그 직후였다. 편지에는 드와이어가 30만 달러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정황과 함께 담겨 있었다.
검찰은 그와 회계법인 대표 등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검찰은 드와이어에게 실토하면 최장 5년 징역형의 뇌물죄만 적용하겠다고 ‘사전형량조정(plea bargain)’을 시도했지만, 그는 정치적 음모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공모 사기 위증 뇌물 등 11개 혐의로 기소됐고, 유죄 평결을 받을 경우 벌금과 함께 최장 55년 형을 받을 처지였다.
평결 하루 전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 21쪽 분량의 회견문을 낭독하며 검찰과 FBI를 성토한 뒤 미리 준비한 5통의 문서(아내와 두 아들 및 주지사 앞으로 쓴 4통의 유서와 장기기증 서약서)를 비서진에게 전하곤 총을 꺼내 들었다. 그는 “불편하신 분들은 나가라”고 말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판결 전이어서 현직 재무국장이던 그의 죽음으로 유족은 128만 달러의 유족연금을 받았다. FBI는 85년 주재무국장협회 등의 요구를 수용, 그의 범행 및 수사과정의 인권침해 의혹에 대해 재수사를 벌여 근거 없다고 결론 내렸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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