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L 평창올림픽 불참 이어
러시아 도핑ㆍ북핵 위협 등 줄악재
‘북한 카드’ 거론되자 신속 대응
바흐 “올림픽 통합 위대한 상징”
단일팀 승인 결정하고 함박웃음
이변은 없었다. 지난해 6월 무주세계태권도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의한 뒤 줄곧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토마스 바흐(65ㆍ독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예상대로 올림픽 사상 첫 단일팀을 승인했다. 바흐 위원장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올림픽 스포츠 통합의 힘을 보여주는 위대한 상징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역사적 결정의 주재자임을 자랑스러워 했다.
IOC는 단일팀뿐만 아니라 북한 선수들이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를 받아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올 수 있도록 했다. 평창에서 남북의 화합은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다는 명분에서다. 남북도 지난 10년간 경색된 관계를 올림픽을 계기로 풀어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IOC는 표면적으로 ‘평화 올림픽’을 내세우면서 실리도 다 챙겼다는 평가다. IOC에 평창올림픽은 악재로 가득했다. 동계올림픽의 흥행 보증 수표인 아이스하키에서 지난해 4월 세계 최고 리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평창올림픽 불참을 선언해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NHL은 IOC에 톱 스폰서 수준의 대우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IOC가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 양 측의 갈등 끝에 1998년 나가노부터 2014년 소치까지 동계올림픽에 모두 출전했던 NHL 선수들을 평창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급한 쪽은 IOC였다. 아이스하키는 올림픽 대회 수입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2010 밴쿠버대회에서 전체 입장 수입의 46%, 2014 소치대회에선 50%를 책임졌다. 평창올림픽에서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 입장권 최고 가격은 90만원으로 개별 종목 가운데 가장 비싸다. 이후 북핵 위협과 동계스포츠 강국 러시아의 소치 대회 당시 조직적 도핑 파문까지 겹쳤다.
IOC가 스폰서와 중계권을 지불한 방송사로부터 압박을 받고 흥행을 걱정하던 찰나에 ‘북한 카드’가 나왔고, 신속하게 대응했다. 남북이 참가한 평창 회의를 IOC가 이례적으로 20일 주말에 주재한 것 또한 하루 빨리 북한의 참가 규모를 확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체육계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인기가 시들해지고 평창에서는 NHL이 오지 않아 흥행 걱정이 컸을 텐데, 남북 단일팀 구성 얘기가 나오자 IOC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을 것”이라며 “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진작 단일팀 구성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줬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반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OC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움직인다”면서 “이슈가 될 수 있다면 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북한 선수들의 실력을 떠나 전 세계 언론의 시선을 끌었다.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평창 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다수의 일본과 중국 언론, AP, 로이터 등 세계 4대 통신 등 70∼80명에 달하는 취재진이 남북 대표단을 따라다녔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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