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 세 곳이 모이다 보니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싸웠죠?’예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 많이 싸우지는 않았습니다(웃음).”
17일 서울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 내 배움홀에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에 1인 출판사 대표 두 사람이 모였다. 코난북스의 이정규 대표와 위고의 이재현 대표다. 두 사람은 제철소의 김태형 대표, 위고의 조소정 공동대표와 함께 지난해 가을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을 처음 선보였다.
‘아무튼’은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주제로 이어가는 문고본 에세이다. 지금까지 쇼핑, 게스트하우스, 망원동, 피트니스, 계속, 서재, 스웨터, 잡지, 총 8권이 나왔다. 최신가요, 택시, 호수공원, 그릇, 방콕도 대기 중이다. 개인의 애호를 시리즈라는 거한 형식을 빌어 낼 수 있었던 건 협업의 힘이다. ‘아무튼’은 1인 출판사 세 곳이 모인 “도전적 실천”과 “내용의 깊이”를 인정 받아 제58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을 수상했다.
이날 강연자로 선 이정규 대표는 “대체 우리가 뭘 한 건가, 란 생각이 든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지난해 한 서적도매상이 부도가 나면서 출판계가 암울했어요. 저도 1인 출판사 대표로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출판사를 차렸지만 계속 비슷한 주제로 흘러가는 걸 피하기 어렵더라고요.”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주제로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자 이정규 대표는 다른 걸 떠올렸다. ‘생각만 해도 좋은 게 뭐가 있을까’. 공상은 버릇처럼 기획으로 이어졌다. “이걸 책으로 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주제가 독자의 취향에 안 맞더라도 시리즈로 내면 거기서 좋아하는 걸 골라 읽으면 되니까요.”
그는 같은 출판사에서 일했던 이재현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어 조소정 대표와 김태형 대표까지 참여하면서 ‘아무튼’의 동력이 완성됐다. 1인 출판사 규모가 ‘대표 외 2인 이내’라는 걸 생각하면, 아무튼 1인 출판사를 벗어난 셈이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게 1인 출판사의 장점이지만 한편 ‘내가 하는 게 맞나’란 의심에 계속 시달리기도 해요. ‘아무튼’이 그런 갈증을 해소시켜준 것 같아요.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됐습니다.”(이재현)
‘함께’에 대한 갈증으로 모였다 해도 협업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정규 대표는 표지 디자인을 놓고 “투닥거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협업이라니까 긴밀한 교류를 떠올리는데 그보다는 각자의 작업을 존중하면서 느슨하게 갔습니다.”
‘아무튼’으로 제목이 정해지기 전 후보 중에 ‘구구문고’가 있었다. 99권까지 내겠다는 포부였다. “좋아하는 걸 꾸준히 지켜가는 사람들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에요. 애호하는 게 있는 사람은 자기 삶을 덜 망가뜨릴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은 타인의 삶도 덜 망가뜨리지 않을까요.” (이재현)
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는 22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교양 부문 수상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동아시아)의 저자 김승섭 고려대 교수와 독자의 대화로 이어진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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