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시민 볼모 삼는 민주당은 루저”
민주당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책임”
미국 연방정부가 범정부 임시예산안의 상원 부결로 20일(현지시간)부터 셧다운(일시 기능정지) 사태에 빠지자 백악관과 민주당은 서로에게 그 책임을 돌리며 상대방을 맹비난했다.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여론 악화가 불 보듯 뻔해 어느 한쪽의 양보가 불가피한 만큼, 벌써부터 정치적 책임을 둘러싼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민주당 의원들이 우리의 합법적 시민들을 무모한 요구의 볼모로 삼는 동안, 불법 이민자들의 지위를 놓고 협상을 벌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민주당 의원)은 의원이 아니라,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루저(패배자)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슈머(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정치적으로 셧다운을 만들어 내는 동안, 대통령과 정부는 미 국민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애초 예정돼 있던 중동 순방에 나선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별도 성명에서 “우리 행정부는 자유의 최전선에 서 있는 용감한 군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하지만 완전히 피할 수도 있었던 셧다운을 피하지 못해 그들(해외 파병군인들)은 월급도 받지 못한 채로 자리를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셧다운에 따른 군인들의 급여 중단과 관련, 민주당에 화살을 우회적으로 돌린 셈이다.
민주당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면서 맞불을 놨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는 이날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셧다운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긴급 회동을 갖고 예산안 처리 문제를 협의했던 그는 정부가 폐기한 미등록 이주자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ㆍ다카)의 보완 입법 대가로 멕시코 장벽 문제를 논의하긴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이것은 나라의 일을 수행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론은 일단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편이다. 전날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무려 48%로, ‘민주당 책임’이라는 의견(28%)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18%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의 책임’이라고 답변했다. 이번 조사는 15일부터 사흘간 미국 성인 1,005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ABC방송은 “셧다운이 현실화할 경우 공화당 측의 정치적 리스크가 더 크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