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글 출신 청년들의 벤처 입사
평소 관심 갖던 ‘효율적 소통’ 위해
트위터 기반이 될 프로그램 완성
원고지 1장에 들어가는 글자 수는 200자. 대략 세 문장 정도 쓸 수 있다. 이보다 짧은 140자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가능할까. 글자수만 놓고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겠지만 온라인 세상에서 140자 단문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바로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twitter) 얘기다. 2008년 인도 뭄바이 폭탄 테러를 세상에 가장 먼저 알린 건 전통 언론이 아닌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올라 온 짤막한 글 한 줄이었다. 2009년 뉴욕 허드슨강 비행기 불시착 뉴스도 트위터의 대표적인 특종이다. 트위터 마니아들은 ‘아랍의 봄’을 이끌어내는 데도 트위터가 원동력이 됐다고 자부한다. 2011년 중동 지역 트위터 이용자들이 민주화운동 과정을 외부로 퍼뜨리며 ‘아랍의 봄’을 꽃피웠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기자 앞에서 입도 뻥긋하지 않는 유명인들도 트위터에선 속내를 드러낸다. 이처럼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올리는 단문은 분야를 막론하고 여러 변화를 이끌어 냈다. 트위터가 ‘140자 마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트위터의 핵심인물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현재 최고경영자(CEO) 잭 도시(Jack Dorseyㆍ43)다. 물론 트위터는 10여 년 전 도시뿐 아니라 에번 윌리엄스, 비즈 스톤, 노어 글라스 등 쟁쟁한 청년 4명이 모여 만든 작품이지만, ‘단문 메시지를 통한 소통’이라는 트위터의 독창적 아이디어가 바로 도시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시장에선 그가 앞으로 트위터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경영권 다툼으로 밀려났다 구원투수로 복귀한 것처럼 도시도 트위터에서 쫓겨난 지 7년 만인 2015년 CEO 자리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잭 도시는 누구
도시는 1976년 미국 미주리주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다. 전자기기 매장을 둘러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게 그의 취미였다. 특히 가장 빠른 경로를 알려주는 소프트웨어 ‘디스패치 라우팅’에 관심이 많았는데, 10대 때 이를 이용해 택시 배차 프로그램을 짤 만큼 정보통신(IT) 분야에 해박했다.
도시는 미주리과학기술대학에 다니다 뉴욕대로 편입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주커버그,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 IT계 거물 선배들이 그랬듯이, 도시도 학위에 별다른 미련을 보이지 않고 창업을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 잭 도시는 이에 대해 “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했는데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빨리 응용하고 싶었고 일터로 빨리 나가고도 싶었다”고 말했다.
도시는 중퇴 후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며 대학 시절 내내 갖고 있던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방법을 고민한다. 재학 시절 그는 단문 메시지를 활용한 소통 방식에 관심이 많았다.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내듯 자신의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을 온라인으로 구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바로 트위터의 근본이 된 아이디어다. 업계에선 이러한 아이디어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깊게 고민한 도시의 인생철학에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많다.
#2
2007년 이후 SNS 강자 군림 불구
이듬해 경영권 다툼서 밀려 쫓겨나
“있던 기술 엮어 소비자가 원하는…”
모바일 경제 ‘스퀘어’로 화려한 제기
2015년 고전하던 트위터에 복귀
흥망 기로 속 또 다시 개혁 승부수
잭 도시 머리에서 나온 트위터
트위터는 구글 출신의 에반 윌리엄스와 비즈 스톤이 만든 오데오(Odeo)라는 벤처기업에서 탄생했다. 이들 2명 모두 잭 도시처럼 대학을 중퇴하고 일찌감치 창업으로 발길을 돌렸다. 윌리엄스는 도시보다 창업 선배다. 1999년 벤처기업 ‘파이라랩스’로 대박을 터트렸다. 개인 홈페이지에 글이나 사진을 간편하게 올리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인데, 이것이 그 유명한 블로거(Blogger.com)다. 웹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을 ‘블로거’라고 처음 이름 붙인 사람도 윌리엄스다.
이후 회사가 구글에 매각되며 윌리엄스는 구글에 합류했고 스톤도 윌리엄스의 권유로 구글에 들어왔다. 이들은 구글의 기업공개 직후 회사를 나와 2005년 7월 팟캐스트 관련 기업인 오데오를 세웠다. 도시도 이때 오데오에 입사한다.
하지만 오데오는 곧바로 위기에 직면한다. IT 공룡 애플이 팟캐스팅 플랫폼을 내장한 ‘아이튠즈’를 내놓으면서다. 회사가 망하는 걸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윌리엄스는 “세상에 이런 것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은 걸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도시는 대학 시절부터 갖고 있던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그가 메모장에 그린 ‘설계도’는 매우 단순했다. ‘뭐하고 있어?’라는 질문에 ‘자려고(in bed)’, 또는 ‘공원에 가려고(going to park)’라는 식의 단문만 담겨 있다. 이 아이디어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상태’와 관련된 텍스트를 보내면 번호가 저장된 모든 친구에게 같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도시는 놀이하듯 이 프로그램을 2주 만에 만들어냈다. 초기 임시 서비스명은 ‘현재 상태(status)를 전달한다’는 뜻을 담은 ‘Stat.us’였다. 훗날 ‘새의 지저귐’을 뜻하는 트위터라는 이름으로 바뀌는데, 이 아이디어는 창업자 중 한 명이 노어 글래스의 머리에서 나왔다. 당시 도시는 29세, 윌리엄스 33세, 스톤 31세였다.
2006년 3월21일 잭 도시가 ‘방금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어요(Just setting up my twttr)’란 첫 트윗을 날리고 7월부터 트위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변의 첫 반응은 싸늘했다. “쓸모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아이스크림도 필요해서 먹는 건 아니다”며 사업을 밀어붙였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대박이 났다. 2007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음악축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를 통해 어느 공연이 재밌고 어느 음식점에 사람들이 많은지와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했고, 사람들은 단문 트윗에 환호했다. 트위터는 행사에서 블로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당시 시상식에서 도시는 “140자로 소감을 말하겠다”며 입을 뗀 뒤 “우린 해냈다”고 환호했다.
이후 트위터는 2008년 미국 대선 등을 거치며 SNS의 절대 강자로 우뚝 선다. 2013년 11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트위터는 12월에 공모가(26달러)를 훨씬 웃도는 73달러까지 치솟았다. 잭 도시도 곧바로 억만장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트위터에서 잭 도시의 이름은 이내 사라진다. 초대 CEO를 맡았던 도시는 2008년 10월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 트위터에서 쫓겨났다. 이사회가 경영 경험이 없다며 도시를 쫓아내고 윌리엄스를 CEO 자리에 앉힌 것이다.
7년 만에 복귀한 잭, 트위터 구원할까
재기가 어려울 거란 주변의 예상을 깨고 도시는 2009년 화려하게 부활한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업체 스퀘어(Square)를 창업했는데, ‘돈을 받는 사람’에 집중하는 역발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스퀘어가 무료로 주는 조그만 기계를 스마트폰에 꽂으면 값비싼 단말기가 없어도 신용카드 결제를 처리할 수 있게 한 기술인데, 미국 중소상인 중 3분의 2 이상이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점에서 힌트를 얻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퀘어의 기술에서 새로운 것은 거의 없다”며 “도시는 원래 있던 기술들을 엮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전구를 개발한 에디슨과 비슷하다”고 극찬했다.
2015년 잭 도시는 7년 만에 친청으로 복귀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경쟁 SNS에 밀려 트위터가 고전하자 트위터 이사회가 기울어가는 애플을 되살린 잡스를 기대하며 도시를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도시는 현재 트위터와 스퀘어의 CEO를 동시에 맡고 있다. 도시는 CEO 복귀 후 전체 직원의 8%를 내보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최근엔 트위터의 상징과도 같던 글자 수 제한을 140자에서 280자로 두 배로 늘리는 개혁 정책을 발표했다. 동영상 서비스도 내놨다. 이를 놓고 트위터 정신이 사라졌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트위터로선 뭐든 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위터의 가장 큰 문제는 창립 이후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3분기 2억1,00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는데 그나마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억287만달러(약 1,150억원) 손실에 견줘 적자가 대폭 줄긴 했다. 월간 사용자수가 조금씩 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인데, 시장에선 과연 트위터가 4분기엔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반 우려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도시는 자신감이 넘친다. 도시는 “우리 사업이 세대를 걸쳐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게 내 목표”라고 말한다. 과연 도시의 말처럼 트위터가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SNS로 계속 남을 수 있을까. 도시의 복귀로 트위터가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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