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고교 화재 신고…소방차 9대 긴급출동, 문 잠겨 황당
강릉 경포대선 해맞이객들이 소방서 앞에 당당히 불법주차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됐지만 바뀐 건 없다.
여전히 불법주차 등 시민의식이 부재한 탓에 소방 활동이 제약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5시 2분께 충북 제천소방서로 긴급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화재 장소는 학생들이 공부 중인 제천의 한 고등학교 과학실이었다.
많은 학생이 이용하는 학교에서 불이 났으니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소방서는 소방인력 19명과 9대의 화재 진압 차를 현장에 급파했다.
현장에 처음으로 도착한 선착대는 불과 4분만에 학교 주변에 도착했다. 문제는 뒤따라온 대형 소방차들이었다.
이 학교 주변 골목길은 길가 양옆에 주차된 차들로 가득했다.
소방관들은 빽빽하게 골목길을 채운 차들로 진입부터 애를 먹어야만 했다.
심지어 통행하던 승용차가 소방차를 가로막고 운전자가 항의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소방관들이 진땀을 빼야 했다.
가까스로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을 더 당혹스럽게 만든 건 학교의 상황이었다.
학교 정문이 철통같이 닫혀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정문은 평상시에도 문을 닫아놓는다"며 "후문은 개방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다행히 학교 측에서 4분만에 소화기를 이용, 자체 진화를 해 불은 크게 번지지 않고 꺼졌지만 소방관들은 스포츠센터에 이은 또 다른 대형 참사가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가슴을 졸여야 했다.
중무장한 소방대원들은 굳게 잠긴 교문에서 화재 현장까지 100m가량을 전력 질주해야 했다.
이날 화재는 과학실에 쌓아둔 신문지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관들은 혹시라도 모를 상황에 대비, 화재 장소를 진입해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학교 측에서 진화를 완료한 상태였다"며 "정문이 잠겨 있어 소방차 진입이 안 돼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까지 뛰어가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발생했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에도 불법주차가 뜨거운 이슈였다.
소방차가 신고 접수 7분 만에 현장 인근에 도착했지만, 불법주차 차량에 막혀 500m가량을 우회하느라 진화작업이 14분이나 지연되면서 국민적인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일에는 강릉소방서 경포 119안전센터에서 해맞이객들이 세워놓은 차가 소방서 앞차고까지 가로막아 출동한 소방차가 바로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주정차로 소방차 도착 시각이 지연돼 연소 확대로 이어진 건수가 147건에 달한다.
불법 주정차로 인한 현장 진입 지연 건수는 2015년 113건에서 2016년 119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23.5% 증가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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