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직원이 가상화폐 투기에 참여해 규제정보를 이용한 수익을 올렸다는 의혹 때문에 큰 비난이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국무조정실과 금감원 등의 확인에 따르면, 문제 직원은 금감원에서 국무조정실 가상화폐 TF에 파견된 A씨다. 작년 7월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한 A씨는 작년 12월 23일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대책 발표 이틀 전 보유 가상화폐의 50%를 매도해 규제 발표 후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했다. A씨는 1,300만원을 투자해 5개월 동안 700만원의 이익을 봤다.
현행법상 A씨의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법적으로 가상화폐 거래 자체가 금지된 건 아니다. 금감원 임직원은 주식 등 직무 연관성이 큰 금융투자상품 투자에 엄격한 제한이 따르지만, 가상화폐는 현행법상 해당 상품도 아니다. 거래 자체보다 정황상 규제대책 발표를 미리 알았던 A씨가 발표 이틀 전에 보유 가상화폐를 대량 매도해 손실을 피한 것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높다. 일종의 ‘미공개정보’를 악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다. 하지만 미공개정보 이용 거래에 대한 처벌 역시 법적 해당사항이 전혀 없는 가상화폐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어찌 보면 A씨의 행위는 고질적 금감원 임직원들의 불법ㆍ탈법적 금융투자 행위에 비하면 가벼울 수도 있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지난해에도 투자 규정을 버젓이 어기고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주식 거래에 나서 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밖에도 업무와 관련돼 얻은 정보를 주식 거래에 이용했다는 의혹은 심심하면 불거질 정도다. 그런데도 A씨의 행위가 심각한 것은 상식적 ‘공적 윤리’마저 망각함으로써 가뜩이나 심각한 가상화폐 투기 국면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 때문이다.
당장 가상화폐 규제에 불만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A씨 사건을 기화로 정부 규제 자체에 대한 불신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틈을 타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많이 참여했다는 제보가 있다”거나 “정부가 시세조작을 주도하고 있다더라”는 등의 ‘~카더라’식 정치공세까지 벌어지고 있다. 금감원 임직원은 공무원이 아니다. 하지만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한 남다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번 일도 결국 그 같은 ‘공적 윤리’가 박약해 빚어진 셈이다. 금감원은 A씨에 대해 가능한 엄중한 조치를 강구해 기강을 다져야 한다. 아울러 정부도 차제에 빈틈이나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가상화폐 관련 대응 시스템을 철저히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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