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사회적 대화 복원 기대감
민주노총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1월 중에 얼릴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석할 뜻을 밝히면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 재개 기대감도 잔뜩 무르익고 있다. 기존 사회적 대화 공식기구인 노사정위원회는 출범 1년 만인 1999년 민주노총이 정리해고제 및 파견법 도입에 반발해 탈퇴했고, 한국노총 역시 2016년 1월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개편에 항의하고 나가면서 기능이 마비됐다. 만약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복원된다면 양대노총이 모두 참여하는 것으로는 20년 만이다.
사실 노동계 역시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는 새 정부 출범 이래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노동 현안을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대화 복원에 어느 정도 문을 열어둔 상태였다. 다만 양대노총 모두 기존 노사정위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대화체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노사정위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기구로 전락했다는 이유다. 이에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오는 24일 노사정위를 대신할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논의할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제안했고, 줄곧 부정적이던 민주노총도 이날 어렵사리 성사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전격적으로 참여를 결정했다. 다만 25일 내부 집행기구인 중집회의 등을 개최해야 하는 민주노총의 내부 사정으로 정부가 제안한 24일은 다소 조정을 하기로 했다.
2007년 민주노총과 노무현 전 대통령 만남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 이날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김명환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와의 차담회에서 “11년 만에 민주노총 지도부를 청와대에서 만나게 돼 무척 감회가 새롭다”고 환영했다. 김 위원장 역시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일하는 사람을 위한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전태일 일기 표구본을 문 대통령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앞서 진행된 문 대통령과 한국노총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덕담이 오갔다. 청와대는 이날 오찬에서 노사정 3자의 화합을 상징하는 3곡 영양밥과 3색 야채된장국, 홍어삼합 등을 준비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민주통합당 창당 때부터 한국노총과는 운명적 동지적 관계이며 국정운영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일단 분위기는 만들어졌지만 향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가장 큰 변수는 근로시간 단축법이 될 전망이다. 노동계에선 휴일ㆍ연장근로 수당을 중복적용해야 한다면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도 양대 노총은 이 같은 우려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휴일 노동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의견 조율이 안 된 내용을 휴일과 연장 수당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으로 2월 국회에서 강행처리를 예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는 사회적 대화 복원 분위기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역시 같은 내용을 당부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