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기반으로 한 중견 건설사
1조 6000억원에 분할 매각 제시
대우건설 인수전에 국내 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만 뛰어들었다. 애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중국계 투자 업체 엘리언홀딩스는 산업은행이 정한 최저매각 조건을 맞추지 못해 본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매각하기 위한 본입찰에 호반건설만 입찰제안서를 냈다고 19일 밝혔다. 호반건설이 써낸 가격은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대우건설을 사들일 때 들인 3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호반건설은 본입찰에서 분할매각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 지분 중 40%만 사들이고 나머지 10.75%는 3년 뒤 인수하는 방안이다. 산은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전량을 인수하되 자금은 나눠 내겠다는 의미다. 인수 대금 조달 부담을 낮추고 일정 기간 산은과 공동 경영하면서 회사 안정화를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산은은 최근 매각추진위원회를 열어 본입찰 최저 기준선을 주당 7,400원 내외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1조5,600억원 수준인데 이는 시장 예상 매각가 2조원을 훨씬 밑돈다. 최근 대우건설 주가 하락을 반영해 최저가격을 낮춘 것이다. 호반건설로선 최저가격은 맞춘 셈인데, 산은이 분할매각 방식을 받아들이느냐가 거래 성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인수가격뿐 아니라 회사 경영의 지속가능성 등을 따져 오는 26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단독 입찰도 유효하기 때문에 호반건설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선 대형 건설사 인수전에 뛰어든 호반건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호반건설은 전라도 광주를 기반으로 성장한 중견건설사로 최근엔 세종, 경기 등에서 공격적으로 아파트 분양사업에 나서며 세를 넓히고 있다. 1989년 김상열 창업주가 자본금 1억원으로 세운 호반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3위로 껑충 뛰었고 현재 광주방송 등 1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호반건설이 업계 3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시공능력평가액(11조원) 기준 2위로 수직상승하게 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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