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화 부정입학 논란 이어
조규만도 26일 참고인 조사
“최고로 알아주는 학과서 주먹구구식 입학에 충격”
연예인들의 대학 특혜 입학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아이돌 그룹 씨엔블루 멤버 정용화씨의 경희대 대학원 부정 입학 의혹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다. 정씨가 사과문을 통해 “학칙을 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점차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경찰은 정씨뿐 아니라 가수 조규만씨 등 다른 연예인 몇 명을 수사 선상에 올려두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의 대학 특혜 입학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방송이나 영화 촬영 등에 바빴을 유명 연예인들이 일반 학생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서울 내 유명 대학 일반학과에 입성하면서 수험생들 사이에선 “연예인만 특혜를 준다”는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불법적인 특혜는 아니라도 연예인들이 유명세에 기대 일반 수험생과 다른 대접과 혜택을 누린다는 것이다. 한때 많은 대학이 운영하던 ‘연예 특기자 전형’이 폐지된 것도 이런 비판에 기인한 결과였다.
이번 정씨 문제는 그간 논란과 괘가 조금 다르다. 연예인의 방송 경력을 과도하게 인정해주는 특혜 입학과 달리 입학에 필수인 면접을 치르지 않고 합격했다는 점에서 부정 입학 요소가 강하기 때문. 다만 지도 교수가 적극적으로 연예인과 같은 특정 유명인을 유인하기 위해 힘쓰고, 유명인은 못 이긴 척 제안을 받아들인 방식은 양측 이해가 맞아떨어진 일종의 공생관계라고 볼 수 있다.
경찰과 대학에 따르면 정씨를 면접 없이 입학시킨 것으로 알려진 이모(49) 교수는 평소 광고나 영화음악을 작곡하는 등 연예계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 입학이 학교 홍보에 이용된다는 점에서, 이 교수의 개인적 공명심(功名心)이 개입하지 않았겠냐는 게 사건에 대한 대체적인 해석이다. 연예인 입장에서도 굳이 손해 볼 게 없는 제안으로 여겨진다. 특히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정씨 같은 남성 연예인의 경우 대학이나 대학원 입학은 군 입대를 미루는 수단이 될 수 있어 무시하기 어려운 솔깃한 제안이 될 수 있다.
대학과 연예인 간 공생관계는 입시를 위해 애쓰는 일반 학생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준다. 서울 사립대에서 작곡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박모(33)씨는 “음대 박사과정, 게다가 실용음악 쪽에서는 최고로 알아주는 경희대 포스트모던학과에서 이처럼 주먹구구식 입학이 이뤄지다니 충격”이라며 “누구는 그곳에 가기 위해 평생 음악을 공부하는데 연예인이라고 특례입학할 수 있다면 누가 음악 공부를 열심히 하겠냐”고 분노했다. 경희대 실용음악 학사과정인 양모(23)씨 역시 “연예인 때문에 대신 떨어진 사람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경희대 측은 18일 부총장 주재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씨와 이 교수를 불구속입건 조사하고, 현재 해외에 있는 조규만씨는 26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날 밝혔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용인=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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