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차관급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에 지철호(57ㆍ행정고시 29회)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를 선임했다. 충남 서산 출신인 지 부위원장은 서울 남강고,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공정위에서 경쟁정책국장, 기업협력국장, 카르텔조사국장,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 부위원장은 공정위 재임 시절 ‘저격수’ ‘저승사자’ ‘불도저’ 등의 별명을 얻었다. 공정위 기업협력국장 재직 시엔 과도한 판매수수료 등 유통 분야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점포 간 간격 500m 이내에는 신규 가맹점을 유치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만든 장본인이다. 지난 2010년 카르텔조사국장 재직 당시에는 6개 액화천연가스(LPG) 공급업체 담합을 적발해 사상 최대 과징금인 6,000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현재 재직 중인 중기중앙회 감사직을 역임하면서도 ‘갑을관계’ 개선에 힘을 썼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지 부위원장 임명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재벌개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 사건을 심의하고 의결하며 ‘법원’ 역할을 맡는 전원회의 위원 9명 중 과반수 이상이 재벌개혁과 갑을관계 개선에 뜻을 함께하는 인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중도’ 성향의 신영선 전 부위원장이 개혁 성향의 지 부위원장으로 교체됐고, 가습기 살균제 처리 과정에서 ‘잡음’이 생긴 김성하 상임위원(31회)도 후속 인사에서 교체될 전망이다.
이 경우 김 위원장, 지 부위원장과 함께 최소한 5명의 전원회의 위원이 강경파로 분류된다. 곽세붕 상임위원(32회)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관련한 청와대의 ‘외압’에 반기를 들었던 인사이다. 채규하 상임위원(33회)은 시장감시국장 재직 시절 퀄컴의 ‘특허 갑질’에 사상 최대인 1조원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을 지휘했다. 비상임위원인 왕상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재벌에 대해서는 강경파로 분류된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