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 정부 첫 고위인사 기소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때
케이블TV 대표 2,000만원 받아
전병헌(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고위인사가 부패범죄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18일 대기업 3곳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으면서 한국e스포츠협회에 거액을 내도록 하고, 케이블업체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챙긴 혐의 등으로 전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수석은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이던 2013년 10월~2015년 7월 측근이던 비서관 윤모씨 등과 공모해 롯데홈쇼핑과 GS홈쇼핑, KT에 각각 3억, 1억5,000만, 1억원 등 총 5억5,000만원을 e스포츠협회로 후원하도록 한 혐의(제3자뇌물)를 받고 있다.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 방송 재승인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중단해달라거나 GS홈쇼핑 대표를 국회 국정감사 증인에서 빼달라는 등 의정활동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서 기업에 e스포츠협회 후원을 요구했다. 롯데홈쇼핑으로부터 500만원짜리 기프트카드를 받는 한편, 가족과 함께 제주의 롯데그룹 계열 리조트에서 680만원짜리 공짜 숙박과 식사를 제공받은 혐의(형법상 뇌물)도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한 지난해 7월말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 고위 간부에게 전화해 e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PC방 지원사업에 신규 예산 20억원을 잡으라고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받고 있다. “10원도 빼지 말라”는 권력 실세의 엄포를 들은 기재부는 실제로 예산안에 전액 그대로 편성했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 논란이 일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또 그가 2014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때 e스포츠 관련 케이블TV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000만원을 직접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새로 추가됐다. 이밖에 e스포츠협회 자금 1억5,000만원을 횡령해 의원실 직원 급여나 자신과 부인의 해외출장비 등에 사용한 혐의도 있다.
전 전 수석은 이에 대해 “억울하다. 무리한 기소”라면서 “법정에서 결백을 입증해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홈쇼핑 강현구 전 대표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GS홈쇼핑과 KT 임원을 두고는 전 전 수석 측이 적극적으로 금전을 요구하자 소극적으로 응한 피해자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전 전 수석 측근인 e스포츠협회 사무국장인 조모씨는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먼저 재판에 넘겨진 윤씨는 횡령 혐의가 더해졌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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