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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내 옆의 반려동물… 살아있을 때 가치있는 이별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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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내 옆의 반려동물… 살아있을 때 가치있는 이별을 준비하라

입력
2018.01.18 16:4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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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의 반려동물… 살아있을 때 가치있는 이별을 준비하라

반려동물 주요 사인은 ‘안락사’

웰다잉에 대한 고민이 필요

마지막 산책

제시카 피어스 지음・정한결 옮김

황소걸음 발행 ㆍ400쪽 ㆍ1만 4,500원

눈은 뿌옇고, 다부졌던 몸엔 지방종이 돋았다. 걸을 때마다 몸이 기운다. 그는 치매를 앓고 있다. 노화 탓이다. 헐떡이며 서성이다 넘어지는 일이 잦아졌다. 날이 갈수록 움직임은 줄어들고, 통증은 커졌다. 오호통재라.

저자의 반려견으로 비즐라 종인 오디의 모습이다. 반려동물도 사람과 함께 늙는다. 180도 다른 건 죽는 방식이다.

여기서 잠깐 퀴즈.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의 주요 사망 원인, 이들이 죽는 주된 방식은 무엇일까. 안락사라고 한다. 자연사 대신 반려동물 상당수가 차가운 주삿바늘에 죽는다. 사람들은 안락사를 혐오하면서 동물의 안락사에는 정작 관대하다. 아이러니다.

책은 반려동물의 노화와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반려동물의 삶에만 집중하지 말고 가치 있게 이별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인식 변화에 대한 촉구다. 반려동물 생의 마침표를 찍는 건 대부분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웰다잉’을 위해선 계획이 필요하다. 수의사와의 교류는 필수. 반려동물의 통증과 고통에 대한 행동 신호 파악을 비롯해 통증 완화를 위한 주사 놓는 방법 등을 배워 놓을 필요가 있다. 호스피스 치료도 방법.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들처럼 반려동물도 6개월 전부터 통증 완화 치료를 통해 죽음에 이르는 완만한 길을 제시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너무 빨리 안락사 시키지 않는 대안이기도 하다. 1년 남짓 걸려 썼다는 공책 두 권 분량, 오디의 돌봄 일기엔 반려동물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대처 방법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

생명윤리학자인 저자는 반려견을 잃은 사람의 상실감과 반려동물의 고통을 덜 수 있는 대책을 동시에 풀어 공감대를 넓힌다. 안락사시킨 반려동물을 함부로 땅에 묻어선 안 된다. 안락사 주사액이 사체에 2년 동안 남아 있어 다른 동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정보는 덤이다. 책에 언급된 반려동물 안락사 센터 등은 산업적으로도 생각해 볼 만하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우리나라 세 집 중 한 가구(2017년 9월 기준)는 반려동물을 기른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나 정작 반려동물 돌봄 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현실에 ‘약’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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