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남북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과 스위스의 여자 아이스하키 예선전. 확 달라진 전력을 뽐내며 대승을 거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리 한도희(20)가 동료인 북한 선수와 포옹을 한 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오는 2월 10일 관동하키센터에서 펼쳐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한국-스위스의 예선전 가상 시나리오다. 실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남북 선수들의 단합과 좋은 결과는 모두가 바라는 바다.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마침내 남북단일팀을 볼 수 있게 됐다. 남북은 1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개회식 공동 입장과 함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 이로써 남북은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 같은 해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에 이어 27년 만에 통산 3번째로 단일팀을 결성한다. 올림픽에서는 최초다.
지난해 평창에서 만난 이희범(69) 대회 조직위원장은 5대 목표 중 하나로 ‘평화 올림픽’을 내세웠다. 신용식 대회조정관은 “올림픽 정신에 따라 휴전 벽 설치 등 남북 관련 휴전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평화 올림픽에 주안점을 둬왔던 만큼 정부는 결국 북한으로부터 남북단일팀 구성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번 단일팀 구성은 경색된 남북 관계를 재정립하고 교류 증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신호탄이자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17일 오전 진천선수촌을 찾은 문재인(65) 대통령 역시 치유 올림픽, 평화 올림픽이라는 목표를 선수들과 함께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단일팀을 만든다고 해서 우리의 전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팀워크를 맞추려면 그만큼 더 노력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면서도 “하지만 남과 북이 하나의 팀을 만들어 함께 경기에 임한다면 그 모습 자체가 아마 역사의 명장면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탓이기도 하다. 유승민(60) 바른정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역사의 명장면 연출을 위해 대표팀 선수 개인의 희생을 강요한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경기에 나설 대표팀 일부 선수들은 동요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 선수들의 무임승차와 팀워크 문제 등을 이유로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러 머레이(30ㆍ캐나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남북 단일팀 엔트리와 관련해 “북한 선수 2∼3명 정도는 받을 수 있지만, 10명 등 대거로 수용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정부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결코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23명인 엔트리를 늘려 남북한 선수들이 모두 출전할 수 있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 엔트리 증원(최대 35명)을 요청했다. 남북은 실무회담에서 우리 선수 23명을 그대로 뽑고 북측 선수를 추가하는 식으로 단일팀을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아울러 선수 선발의 전권을 우리 대표팀 사령탑인 새러 머레이 감독이 행사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남북단일팀은 1991년 탁구, 축구 단일팀과 비교해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데다, 대표 선발 과정 등에서 선수들과 충분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현정화(49), 리분희(50) 등 남북 탁구 단일팀 선수들은 일본 나가노와 나가오카, 지바 등 해외 전지훈련 한 달여를 포함해 46일간 합숙훈련으로 호흡을 맞춰 여자 단체전 우승의 쾌거를 이뤄냈다. 남북 축구 단일팀도 대회 한 달 전 대표 선발전을 치러 정예 멤버를 뽑고 철저히 준비했다. 그 결과 8강에 들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출전 엔트리 확대 등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 오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IOC 주도로 진행되는 남북 체육 회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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