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종 보안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은 물론 신흥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최근 4대 주요 거점 지역으로 떠오른 중동과 중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토종 보안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우선 표적형 공격 대상으로 떠오른 중동 사이버 보안 시장 공략이 눈에 띄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이 지난해 4월 발간한 ‘중동 사이버 보안 마켓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사이버 보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4.2%나 된다. 2017년 113억 달러였던 시장 규모는 2022년 221억 달러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중동 지역의 정치적 특수성 때문에 미국이나 이스라엘 보안 기업의 진입이 어렵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선 이글루시큐리티가 이 시장 공략의 선봉에 서 있다. 이 업체는 2016년 아랍에미리트(UAE) 정보 보안 업체인 다크매터와 보안관제 인력 파견을 주요 골자로 한 보안관제 서비스 수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UAE내 다수 정부기관을 고객사로 둔 다크매터와 협업을 통해 중동 시장 수출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글루시큐리티 관계자는 “우리가 확보한 경험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동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중남미 시장 공략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특히 이 지역의 공공치안이 불안한 점에 초점을 맞췄다. 모바일 기기 관리 솔루션 업체인 익스트러스는 최근 페루로 수출되는 경찰차 1,000여대에 경찰 정보 유출을 막고 위치 추적까지 가능한 보안 솔루션을 탑재하는 성과도 올렸다.
정보보안 시스템에 대한 갈증이 큰 아프리카 시장도 공략 대상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탄자니아를 비롯한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은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용은 활발하지만 안정적인 보안 시스템 구축은 미흡해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망 설치부터 정보 시스템 구축, 운영 지원, 교육까지 검증된 정보보호모델을 그대로 따와 적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과 KT는 르완다와 에티오피아 공략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2012년 200억 원 규모의 르완다 국가 정보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 센터 설계부터 교육에 달하는 전 과정을 모두 수행했다. 2013년 에티오피아의 금융망과 국방망을 국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관제하는 ‘에티오피아 국가사이버안전센터 구축사업’을 담당한 이글루시큐리티 역시 솔루션과 장비는 물론, 보안컨설팅과 교육 서비스를 통합 제공해 고객 활용도를 높였다.
사회 인프라 구축 가속화로 빠른 성장이 기대되고 있는 동남아시아 보안 시장 진출에도 탄력을 받고 있다. 파수닷컴은 최근 전자정부를 표방한 말레이시아 정부에 문서보안 솔루션을 공급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를 교두보로 삼고 이 지역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지니언스 또한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클라우드 사이버 보안 엑스포’에 참가, ‘지니안 NAC’ 클라우드 버전을 선보인 후 현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동남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기업간거래(B2B)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른 신흥지역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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