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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이 영국에 대여 결정한 ‘바이외 태피스트리’는?

입력
2018.01.1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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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르망디 바이외 시청 전시장에 공개된 1066년 정복왕 윌리엄의 잉글랜드 정복을 묘사한 바이외 태피스트리를 관람객들이 바라보고 있다. 바이외=AP 연합뉴스
프랑스 노르망디 바이외 시청 전시장에 공개된 1066년 정복왕 윌리엄의 잉글랜드 정복을 묘사한 바이외 태피스트리를 관람객들이 바라보고 있다. 바이외=AP 연합뉴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은 1066년 잉글랜드를 침공, 앵글로색슨계 마지막 왕 해럴드 2세와의 싸움에서 승리해 잉글랜드 왕위를 쟁취하고 노르만 왕조를 개창했다. 윌리엄이 해럴드를 꺾은 ‘헤이스팅스 전투’는 섬나라로 떨어져 있던 영국과 대륙 유럽의 연결고리를 형성한 영국사의 결정적 장면이자 ‘노르만 정복’의 시작이었다.

해럴드가 전왕인 ‘참회왕’ 에드워드로부터 윌리엄에게 잉글랜드 왕위 계승 명령을 전달하라는 명령을 받는 순간부터 해럴드의 배신과 찬탈, 윌리엄의 헤이스팅스 전투 승리에 이르기까지 장면을 노르만 침공군의 입장에서 묘사한 초대형 자수 작품 ‘바이외 태피스트리’가 약 950년만에 프랑스를 벗어나 영국에서 선보이게 됐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17일자 톱기사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8일 영국을 방문하면서 프랑스의 국보급 세계문화유산인 바이외 태피스트리를 이르면 2022년부터 약 5년간 영국에 대여할 것이라는 발표를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언론들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과 유럽의 연결 고리를 상징하는 이 작품을 통해 포스트 브렉시트 영국이 유럽에 등을 돌리지 않겠다는 의미를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외 태피스트리는 총 길이가 70m에 이르는 대서사시 작품으로 윌리엄의 이복동생인 바이외의 오도 주교가 영국 캔터베리주의 직공으로 추정되는 제작자들에게 의뢰해 제작한 작품이다. 승자의 입장에서 그린 역사인 셈이다. 양측을 구분하기 위해 앵글로색슨인은 긴 머리칼과 수염을 기른 반면, 노르만인은 짧은 머리에 말끔히 면도한 것으로 묘사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미술전문기자 조너선 존스는 바이외 태피스트리가 ‘전쟁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기에 역사적 중요성 이상으로 현대에도 울림이 있다고 주장했다. 병사의 머리가 무참히 잘리고 화살이 해럴드의 눈을 관통하는 장면까지 나타났다. 헤이스팅스 전투를 묘사한 태피스트리 부분의 아래쪽에는 사망한 병사의 시체와 신음하는 부상자가 마치 카펫처럼 늘어져 있다.

2007년 바이외 태피스트리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유네스코에 따르면 이 작품은 당대의 일상을 기록한 기록물로서의 가치도 인정 받았다. 노동자들이 성과 배를 제작하는 장면, 고무총으로 새를 잡는 장면, 써레로 들판 바닥을 고르는 장면 등이 묘사됐다. 양식 상으로도 인상적이다. 비잔틴과 이슬람, 사산조 페르시아, 이집트 초기 기독교 시대의 콥트교 미술 등 다양한 지역 미술의 영향이 나타난다. 인물의 얼굴 표정 하나까지 상세하게 묘사해 감정을 드러낸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현재 태피스트리를 안전하게 보존해 영국으로 이동시킬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 작업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2022년부터 태피스트리를 영국에 전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전시 장소는 런던 대영박물관이 유력하지만 웨스트민스터 성당과 캔터베리 성당, 전투지인 헤이스팅스 등도 거론되고 있다.

영국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인 1953년과 헤이스팅스 전투 900주년인 1966년에도 태피스트리 대여를 시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프랑스 내부에서조차 태피스트리는 거의 이동하지 않았다. 1803년에 나폴레옹이 파리에 전시한 적이 있고 1945년 파리가 나치 독일로부터 해방됐을 때도 잠시 전시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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