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집안일을 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등 ‘전업주부’ 역할을 하는 남성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퇴직한 남자가 집안일을 돌보는 경우가 늘었고, ‘남자는 바깥일을 해야 한다’는 성 역할 고정관념이 점점 옅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 중 육아와 가사를 하는 것으로 집계된 남성은 17만명이었다. 통계청이 기준을 새로 만든 2003년 이후 최대치다.
세부적으로는 가사에 전념하는 남성이 16만6,000명, 육아를 도맡은 남성이 4,000명이다.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는 남성은 2003년 10만6,000명이었다가, 2010년 16만1,000명까지 늘었고, 2014년에는 13만 명까지 감소했다. 그러다 2015년 15만명으로 다시 증가한 뒤 2016년 16만1,000명, 지난해 17만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가사를 전담하는 남성의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 가사 전담 남성은 2015년 14만2,000명, 2016년 15만4,000명, 지난해 16만6,000명으로 빠르게 늘었다. 이 기간 중 육아를 전담하는 남성은 8,000명에서 4,000명으로 줄었다. 육아휴직을 하고 집에서 아이는 보는 남성은 이 집계에서 제외되는데, 직업이 없고 구직 의사도 없이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경우만 여기에 해당한다.
통계청은 은퇴한 남성이 다른 일을 찾지 않고 집에서 가사를 전담하는 경우가 늘어 육아ㆍ가사 전담 남성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또 여자들의 고용률이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늘면서 사회 진출 비율이 높아진 결과, 여자만 가사를 해야 한다는 관념이 약해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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