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공동 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 9일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남북 회담이 속도를 내면서 평화올림픽은 물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남북은 1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차관급 실무회담을 갖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을 포함한 11개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북측이 실무회담에서 230명 규모의 응원단 파견 및 ‘서해선 육로’를 이용한 방문단 이동 계획 등을 제시했고 남측이 대다수 제안을 적극 수용하면서 전격 합의가 이뤄졌다. 우리 대표단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두고 제시한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 및 마식령 스키장의 남북 선수단 공동훈련 방안도 북측이 전향적으로 수용했다.
역사상 남북 단일팀은 1991년 4월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와 그 해 6월 포르투갈 리스본의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이어 세 번째다. 이로써 남북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국내 논란의 해소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비해 한반도기는 지바 세계선수권 대회 이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및 2007년 중국 창춘(長春) 동계아시아경기대회까지 9회나 국제 무대에 등장했던 터라 상대적으로 사소한 논란 거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회담장을 내리누른 양측의 먹구름을 감안하면 아직은 남북 협상의 최종 결과를 낙관하고만 있을 단계는 아니다. ‘제사상’ 등의 거친 언사로 우리 정부의 협상 태도를 문제 삼는 북한의 공격적 언사가 심상찮고, 단일팀 구성 등을 둘러싸고 진행된 남측 내부의 소모적 논란도 걱정스럽다. 역대급 규모의 북한 방문단이고 남북 단일팀 논의도 촉박하게 진행돼 후속 논란이 불가피하지만 평창올림픽이 남북 또는 남남 갈등의 또 다른 실마리가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논란이 상당한 후유증을 남겼다는 점에서 차분한 성찰이 필요하다. 급작스럽게 단일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사회 일각의 우려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남북이 각기 세계 랭킹 22위, 25위인 사실을 거론하며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은 아니다. 단일팀이 선수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은 경솔했다. “우리 선수들에게 큰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다짐대로 단일팀 구성의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진천 선수촌을 방문,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남북 공동입장이나 단일팀은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좋은 출발"이라고 말했다. 남북 대화의 당면 목표가 한반도 평화로 연결되는 평화올림픽이라는 사실은 재차 강조할 이유도 없다. 남북 이산상봉을 비롯한 전면적 남북관계 개선이나 향후 북미대화 모두 북한이 참가하는 평창올림픽의 성공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서둘거나 재촉하지 말고, 차근차근 북한을 설득하는 데 우선은 지혜와 용기를 모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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