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검찰 수사에 대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성명서를 통해 “처음부터 검찰 수사는 나를 목표로 한 것이 분명하다”며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미 검찰 수사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나고 있는 데도 당시 국정책임자로서 최소한의 사과나 반성도 없이 “정치보복” 주장만 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 전 대통령의 반발과는 달리 그에 대한 의혹은 실체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측근들에게 전달된 사실을 이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검찰이 파악했다. 2008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2억원을 전달한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해 독대한 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국정원 돈을 가져가면 문제가 된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은 국정원 특활비 중 수천 만원을 2011년 미국 순방길에 오른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고, 또 다른 국정원 돈을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는 행정관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인지 정황을 진술한 이들은 모두 최측근이다. 앞서 국정원 특활비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 전 기획관 역시 이 전 대통령의 재산과 대소사를 관리해 온 핵심 측근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측근들의 진술이라면 사실일 개연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핵심 참모가 거액을 수수한 사실을 알았고, 불법성에 대한 경고를 받고서도 묵인ㆍ방조했다는 뜻이어서 뇌물수수의 공범 혐의가 짙다. 검찰에서도 “이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이 불가피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다스 내 ‘MB의 대리인’으로 지목됐던 김성우 전 사장이 검찰에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다스가 만들어졌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설립 당시부터 이 전 대통령이 공장부지 물색과 자금조달, 임원선임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의사결정을 했다는 내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 전 대통령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에 매달려 있다. 무엇보다 제기된 혐의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최소한의 사과나 구체적 해명은 하는 게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에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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