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 가장 반짝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시ㆍ소설ㆍ희곡ㆍ동시ㆍ동화 5개 부문
심사위원 박상순 시인 등 참석해
“활기찬 언어를 펼쳐달라” 축하
“(시인의) 목소리를 찾게 도와주신 분이 최근 낸 시집에 ‘집게’라는 시가 있습니다. 남태평양에 사는 게가 등장하는데 코코넛 열매를 깨뜨려 먹기 위해 매일 높은 곳에 올라가 열매를 떨어뜨린대요. 그 큰 열매를 들고 오르느라 한쪽 집게만 비대해진 게처럼 저도 저의 한 부분이 비대해지도록 시를 잡고 살아가겠습니다.”(시 부문 당선자 이원하)
“‘숭어’라는 작품으로 당선됐어요. 늘 풀처럼 시들시들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돼 몰라보게 달라진다는 내용입니다. 눈빛이 빛나고 숭어처럼 팔딱거리는 생동감을 얻은 숭어는 다른 사람일 수도 있고, 저 자신일 수도 있어요. 글을 쓸 때 가장 반짝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동시 부문 당선자 임희진)
2018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열렸다. 이준희 한국일보 사장은 5개 부문별 당선자 이원하(29), 김수온(본명 김수영ㆍ24ㆍ소설), 이소연(26ㆍ희곡), 황미주(35ㆍ동화), 임희진(41)씨에게 상금과 상패를 수여하고 작가로 첫발을 내딛는 이들을 축하했다.
박상순 시인은 심사위원을 대표한 축사에서 “마약의 온상이었던 콜롬비아 도시 메데인은 1990년대부터 세계 30여개국 시인들이 참석하는 국제 시 낭송 대회가 열린 이후 점차 평화로운 곳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문학의 역할과 고정된 의미를 확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존재하는 확실한 가치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오늘은 당선자들을 축하하는 자리인 동시에 작가로서 고독하고 비장한 순간이 기다리는 또 다른 시작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며 “활기차고 능동적인 언어를 세계 문학 속에 활짝 펼쳐 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수온씨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해 낯선 동네에 사는 백수가 됐고, 그래서 글에 더 매달렸다”며 “잘 매달려 있기 위한 힘이 돼 준 분들에게 기쁨이 될 수 있어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이소연씨는 “올해 신춘문예에 당선돼서 상금으로 학교 앞 자취방을 구하겠다고 친구에게 얘기했었다”며 “오늘 진짜로 자취방을 구하고 오는 길”이라며 웃었다. 그는 “소중한 기회와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겸손하고 야무지게 꿋꿋이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황미주씨는 “아이들이 스스로 물음을 품고 부모, 친구들과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는 동화를 쓰고 싶다”며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을 잘 헤아리고 어린아이의 시선을 나침반 삼아 파도의 각 페이지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진솔한 모험 일지를 써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시상식에는 시인 김민정, 손택수, 이안, 이우성, 이병률과 소설가 은희경, 문학평론가 류
신 중앙대 교수, 이광호, 황현경, 연극연출가 최용훈,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 어린이책 기획자 최정선씨와 역대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수상자 가족ㆍ친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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