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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흑사병 옮긴 건 쥐 아닌 벼룩"...700년간 누명 쓴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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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흑사병 옮긴 건 쥐 아닌 벼룩"...700년간 누명 쓴 쥐

입력
2018.01.17 17:4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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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흑사병을 전파한 건 쥐가 아니라 사람에게 붙어 있던 벼룩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14세기 흑사병을 전파한 건 쥐가 아니라 사람에게 붙어 있던 벼룩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흑사병이 창궐한 도시의 이야기를 그린다. 카뮈는 흑사병의 매개로 죽은 쥐를 등장시켰다. 쥐와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흑사병을 퍼트린다는 믿음은 이처럼 대문호가 소설로 묘사할 만큼 정설로 여겨져 왔다. 최근 이를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실린 연구보고서를 인용, "페스트균을 옮긴 건 쥐가 아니라 사람에 기생하는 벼룩과 이"라고 보도했다. 페스트는 감염되면 림프절이 까맣게 변하면서 부풀어 올라 '흑사병(the Black Death)'으로 불렸고 14세기 유럽으로 들어와 당시 유럽 인구 3분의 1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연구를 이끈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팀은 "몇백 년 동안의 사망 기록을 분석, 흑사병의 원인이 사람에게 붙어 있던 이와 벼룩일 수 있음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흑사병이 쥐와 쥐에 붙은 벼룩 때문이라는 기존 이론을 뒤집는 연구 결과다. 세 가지 가설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흑사병 확산의 정체를 밝혀냈다. 첫 번째는 사람에 기생하는 이와 벼룩, 두 번째는 쥐벼룩이 붙어 있는 쥐, 세 번째는 인간의 기침을 통해 페스트균이 퍼졌다는 모델이다.

연구팀은 “페스트가 매우 빠르게 퍼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인간 기생충 모델이 가장 잘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페스트균은 매우 강력해 감염 징후가 뚜렷한 만큼 쥐를 거쳐 전파됐다면 쥐가 인간보다 더 우선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인간 사이에서는 그처럼 빠르게 전염되지 않았으리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인간에서 인간으로 퍼지는 공기 중 전염 가능성 역시 낮다고 봤다.

하지만 한계도 지적된다. 역사학자인 뉘켓 발리크 미국 럿거스대 교수는 "흑사병은 수세기에 걸쳐 아프리카와 유럽 전역에서 창궐했다"고 밝혔다. 또 모니카 그린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침에 의해 공기 중으로 감염되는 인간과 인간 간 전파 가능성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민지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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