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놓고 곳곳에서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북한의 참가 예상 종목 선수 구성에 따른 국내 선수들의 피해와 대규모 북측 방문단의 대우 등을 놓고 부정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열음은 당장 북한 선수 참가가 거론된 남녀 혼성 피겨스케이팅과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겸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이 “피겨 남녀 싱글과 아이스댄스 세 종목에는 한국 선수를, 페어에는 북한 선수인 ‘김주식(26)-염대옥(19)’조를 출전시키자”고 언급하면서다. 페어 부문에 북한 선수를 출전 시킬 경우, 이 종목에서 참가가 유력했던 한국의 ‘김강찬(23)-김규은(19)’조는 올림픽 꿈을 사실상 접어야 한다. 선수들의 실망감도 커져가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김강찬 선수는 “어릴 때부터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했는데…”라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불협화음은 남북 단일팀 구성을 천명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에서도 커지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15일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에 들어 있다”며 “(우리가 북측에) 제안했고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선 정부의 이번 방침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추세다. 남북 단일팀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다면 그 만큼 우리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직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인 김모씨는 “운동선수들에게서 인생의 목표인 올림픽 출전 기회를 외부적인 요인으로 박탈시키고 희생까지 강요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데다, 그 선수들이 수 많은 시간 동안 흘렸던 땀과 노력은 또 어떻게 보상 받을 수 있겠느냐”며 “더구나 1개월도 남지 않은 대회를 앞두고 4년 넘게 손발을 맞춰 온 선수들 사이에 다른 선수들을 투입시켜 경기에 임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도 “정부는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단일팀은 선수들의 사기를 꺾는 수준이 아니라 박살내는 것이다” 등 남북 단일팀 구성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선수단을 포함한 북한의 동계올림픽 방문단에 대한 예우 역시 논란 대상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앞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등의 숙박을 위해 크루즈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릉시에선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 방문단에게 오죽한옥마을을 숙소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전통 한옥 30개로 조성된 오죽한옥마을은 최대 300명까지 숙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북한에 왜 그렇게까지 대접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적대적인 북한의 태도 또한 회의적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4일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남측이 바라는 모든 것을 풀어주는 방향에서 노력을 다했다”면서 “우리가 아량을 가지고 요구를 다 들어주니 눈치만 보던 남조선이 머리를 쳐들고 오만방자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는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 장을 마련하겠다”며 밝힌 남북 대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대한 악평으로 해석된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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