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세대 2030 “미래 기술 투자”
기성세대는 “실체 없는 허상일 뿐”
가상화폐 거래를 ‘투자’로 인식하는 2030세대와 ‘투기’로 보는 기성세대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가상화폐 광풍이 세대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광풍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은 20,30대다. 최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가상화폐 관련 앱 상위 10개의 사용자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30대(32.7%)와 20대(24.0%)가 60% 가까이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이 이용자 4,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20, 30대 이용자가 각각 29%를 차지했다. 단순 계산으로 300만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 가운데 180만명가량이 20, 30대인 셈이다. /
가상화폐 거래의 주축인 2030 세대와 그보다 연배가 높은 기성세대는 가상화폐 시장의 가치와 전망에 대해 확연한 시각차를 보인다. 젊은층은 가상화폐를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거품(버블) 논란도 꾸준히 나오지만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이모(28)씨는 “가까운 미래에는 금융권에서도 블록체인 등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는 기대에 투자도 하고 관련 공부를 틈틈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이나 주식 등 전통적 투자 자산에 익숙한 기성세대에선 가상화폐 시장을 ‘투기판’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부동산처럼 눈에 보이는 자산도 아니고 주식처럼 회사 가치에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체가 없는 허상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얘기다.
2030세대의 가상화폐 낙관론의 바탕엔 기성세대에 대한 경제적 박탈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젊은 세대는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가 부동산 등 기존 자산을 대부분 장악하고 가격을 크게 올려놓은 탓에 가상화폐 말고는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상화폐 ‘퀀텀’에 100만원을 투자한 대학생 오모(26)씨는 자신을 ‘코인세대’라고 불렀다. 오씨는 “예ㆍ적금 금리가 10%를 웃돌며 호황을 누리던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층에겐 티끌은 모아봤자 티끌일 뿐”이라며 “취업도, 내집 마련도 어려운 청년들이 유일하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마지막 계층이동의 사다리”라고 주장했다.
가상화폐 관련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 관계자들이 부동산으로 하루아침에 억대 자산을 불린 것은 투자고 젊은 층이 가상화폐로 돈을 번 것은 투기냐”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정부는 국민에게 단 한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이 있느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날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 동의를 달성했다.
기성세대도 할 말은 있다. 이미 과거 ‘바다이야기 사태’ 등을 겪은 경험을 되돌아 볼 때 최근의 가상화폐 광풍 역시 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중학교 교사 양모(58)씨는 “기성세대는 투자를 가장한 투기 열풍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던 학습효과를 갖고 있는 세대”라며 “정부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라는 극단적 처방까지 내린 것도 그만큼 투기가 심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가족 내에서도 가상화폐 투자를 불안하게 보는 부모가 성인 자녀의 투자를 뜯어말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인 윤모(31ㆍ여)씨는 “아버지가 ‘정부에서도 막을 정도로 위험한 도박판에 왜 뛰어드느냐’며 말려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대의 아버지 세대인 50대 중반 이상 세대는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이 가능했고 사회안전망도 확보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세대였던 반면, 젊은층은 고용 등 미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고용과 소득안정 등 근본적인 사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더 큰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