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에 거주하는 강모씨는 지난해 5만원권 1,000여 장과 1만원권 459장을 들고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를 방문했다. 대부분 검은 곰팡이가 피어 표면이 삭은 상태였다. 식당을 운영하는 강씨 부모님이 싱크대에 보관하던 지폐 뭉치가 습기로 손상된 것. 한은은 돈의 훼손 정도를 살펴 강씨에게 신권 5,877만원을 교환해주고 받은 지폐를 전량 폐기했다. 역시 지난해 한국은행 부산본부를 방문한 허모씨는 화훼단지 비닐하우스에 보관하던 중 화재로 불탄 5만원권 125장과 1만원권 131만원을 새 돈 256만원으로 바꿔 갔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화재, 곰팡이 등으로 손상돼 폐기한 돈의 규모가 액면가로 3조7,693억원, 수량으로 6억장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 발권 사상 최대 규모다. 이렇게 폐기된 화폐를 전부 새 화폐로 대체하는 데도 617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폐기된 손상 화폐 중 은행권(지폐)은 3조7,668억원(이하 액면가 기준), 수량으로 5억3,000장이었다. 5톤 트럭에 실을 경우 99대 분, 지폐를 나란히 연결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79회 가량 왕복할 수 있는 물량이다. 권종별로는 만원권이 3조404억원(폐기 지폐의 80.7%)으로 가장 많았고, 5만원권(3,338억원ㆍ8.9%)이 그 뒤를 이었다. 주화(동전)는 500원화 9억1,000만원(폐기 동전의 37.0%), 100원화 8억9,000만원(36.1%) 등 25억원이 폐기됐다. 동전 수로는 7,000만개다.
국민들이 한국은행이나 시중은행을 찾아 교환한 손상 화폐의 규모는 지난해 46억원으로, 전년보다(36억3,000만원)보다 9억8,000억원(27.0%) 늘었다. 주요 손상 사유로는 장판 밑에 넣어뒀거나 습기에 방치하는 등 부적절한 보관 방법에 의한 경우가 11억6,000억원으로, 전체 교환액의 54.7%를 차지했다. 불에 탄 경우는 7억2,000만원(33.9%), 세탁이나 세단기 투입 등 취급상 부주의가 2억4,000만원(11.4%)이었다. 지폐의 경우 전액 지급 조건(원래 면적 대비 잔존 면적이 4분의3 이상)을 충족하지 못해 액면가대로 교환받지 못한 경우도 1억2,000만원에 달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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