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하뉴 유즈루./사진=연합뉴스.
기적의 역전 드라마를 쓴 차준환(17ㆍ휘문고)의 참가로 관심이 부쩍 높아진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점프 괴물과 피겨 왕자의 정면 승부가 펼쳐진다. 미국 피겨의 희망 네이선 첸(19ㆍ미국)과 일본의 자존심 하뉴 유즈루(24ㆍ일본)의 맞대결이 평창의 새하얀 얼음 위를 뜨겁게 수놓을 전망이다.
◇ 괴물의 점프 5종 세트를 만끽하라
도전자의 입장에 선 첸은 4회전 점프인 쿼드러플 5종(러츠ㆍ플립ㆍ살코ㆍ루프ㆍ토루프) 세트를 실전에서 뛴 유일한 선수다. 그는 지난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끝난 미국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가뿐히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첸은 “올림픽은 더 많은 압박감이 있겠지만 내가 평생 원했던 무대이고 그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신장은 작지만 폭발적인 힘과 스피드로 도약해 무서운 회전력을 보이는 것이 강점이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5남매의 막내인 첸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출신이다. 공교롭게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이 열린 2002년 만 3살의 나이로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7살부터 6년간 배운 발레는 점프 괴물의 탄생에 밑거름이 됐다.
고교 시절 본격적인 피겨 선수의 길을 걸은 첸의 지난 3~4년간 발전은 눈이 부실 정도다. 주니어 무대를 평정한 그는 2014년 4회전 점프를 시도했고 2016년 1월에는 첫 시니어 무대에서 4회전 점프 4개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러나 갈라쇼에서 넘어져 엉덩이뼈를 크게 다친 뒤 눈물겨운 재활을 거쳐야 했다. 지난해 1월 첸은 US종합선수권 프리스케이팅에서 세계 최초로 다섯 가지 종류의 4회전 점프를 모두 선보였다. 여세를 몰아 그 해 2월 강릉에서 열린 2월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프리에서만 5번의 4회전 점프를 펼쳐 하뉴를 제압했다. 이어진 12월에는 일본 나고야에서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는 등 거칠 것이 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 66년만의 올림픽 2연패, 왕이 귀환할까
첸의 등장에 긴장하는 쪽은 디펜딩 챔피언 하뉴다. 2014년ㆍ2017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선수권 우승자이자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하뉴는 김연아(28ㆍ올댓스포츠)의 전성기를 보는 듯 예술성에 관한 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하뉴는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112.72점)ㆍ프리스케이팅(223.20점)의 세계 기록 보유자이고 총점(330.43점)에서도 역대 최고 성적을 손수 썼다. ISU 그랑프리 파이널 4연패에 빛나는 그는 빼어난 외모까지 더해져 일본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평창에서 하뉴는 미국의 딕 버튼(1948년ㆍ1952년) 이후 66년만의 올림픽 2연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최근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주춤하고 있는 것은 변수다. 이번 시즌 ISU 그랑프리 1차 대회 로스텔레콤 컵에 출전한 뒤 부상으로 휴식을 취했다. 이후 그랑프리 파이널은 물론 일본선수권대회 등에 불참했다. 하뉴는 평창 올림픽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림픽 남자 싱글 역사상 아시아 국가 선수로는 처음 금메달을 목에 건 하뉴는 특유의 예술성으로 점프 괴물의 기술을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최근 하뉴의 훈련을 직접 지켜봤다는 올림픽 피겨 동메달리스트 조니 위어(34ㆍ미국)는 지난 12일(한국시간) 캐나다 공영방송 CBC와 인터뷰에서 “그가 연습을 할 때 매우 자유롭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마치 몸을 허공에다 훨훨 날리는 것 같다”고 왕의 귀환을 기대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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