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ㆍ양도ㆍ부가세 등 거론에
“세금 폭탄 맞을라” 대비책 나서
“과세안 확정되면 VIP 고객”
세무사도 가상화폐 열공모드
지난해 직장을 그만둔 정모(35)씨는 10월 말 비트코인에 6,500만원을 투자해 12월 초 약 2억원을 현금화했다. 1억3,000만원 정도 벌었다. 기쁨도 잠시, ‘가상화폐 과세’ ‘거래소 세무조사’ 등 쏟아지는 뉴스에 정씨는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최근에는 알고 지내던 세무사에게 연락해 예상 과세 범위 등에 대한 상담까지 받았다. 정씨는 “정부가 저 정도로 강경하게 나온다면 세금을 강하게 매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단 미리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세무사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 방안 중 하나로 세금 부과를 검토하면서 미리 세무사를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가상화폐에 매길 수 있는 세금으로 거래세,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거론되고 있는 만큼, ‘큰 돈’을 벌어들인 사람들 중심으로 ‘갑자기 닥칠지 모르는 세금 폭탄에 대비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사이에선 연말정산보다 가상화폐 과세가 더 큰 이슈다. 직장인 박모(33)씨는 “지난주 연말정산 관련 질의응답을 위해 회사에 세무사가 왔는데, 가상화폐 세금 관련 질문만 엄청나게 쏟아졌다”라며 “가상화폐 투자를 안 하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더 많은 요즘,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다들 예민한 상태”라고 말했다. “OOO 세무사가 비트코인을 좀 안다더라”는 입소문이 돌기도 한다. 한 세무회계법인 관계자는 “회사 블로그에 가상화폐 관련 글 링크를 걸어둔 뒤로 관련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발 빠르게 ‘블루 오션’(경쟁자가 없는 유망 시장)에 뛰어든 세무사들도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요즘 정부 분위기로 봐서 곧 종합소득세나 양도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비트코인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등 호객성 글을 올려 조기 영업에 나서는 식이다. 세무사 10여명이 소속된 세무법인에서 일하는 A(34) 세무사는 “가상화폐 관련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최소 몇 천만원에서 몇 십억원까지 벌어들인 사람들”이라며 “정부가 과세안을 확정하면 주요 고객이 될 거라는 생각에 가상화폐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는 김모(39) 세무사는 “일본 등에는 가상화폐 세무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기업도 생겼다”면서 “우리나라도 비슷한 흐름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조차 명확히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너무 앞서나가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세무사 권모(29)씨는 “주변 세무사 사이에서는 세금 부과 근거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라면서 “일부 투자자나 개업 세무사들이 과민 반응해 오히려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