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남북은 오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만나 세부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단일팀이 성사되면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4월 24일~5월 5일),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6월 14일~30일) 이후 3번째가 된다.
종목 특성상 아이스하키는 탁구보다 축구와 비슷하다. 하지만 단일팀이 꾸려지는 절차와 주변 여건이 27년 전과 판이하게 달라 기대만큼 효과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높다.
1991년에는 4차례 체육 회담 끝에 세계청소년축구 개막을 4개월 앞둔 2월 12일, 남북 단일팀에 합의하며 선수단 호칭은 코리아, 단기는 한반도기, 단가는 아리랑으로 한다는 사항까지 결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평창올림픽 개막(2월 9일)을 한 달 앞둔 지난 9일 고위급 회담에서야 북측에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처음 공식 제안했다.
1991년 축구는 5월 8일과 16일, 잠실과 평양을 오가며 2차례 평가전을 치러 남북이 같은 숫자로 9명씩 18명을 뽑았다. 하지만 아이스하키는 한국 선수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명분 아래 최종명단 23명에 북한 선수 5~10명이 끼어드는 모양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최소한의 공정성도 담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아이스하키는 축구와 마찬가지로 팀워크가 생명이라 전문가들은 양 팀 선수들이 마음을 터놓을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일팀이라 해도 남북 선수들이 ‘스킨십’할 수 있는 시간은 훈련, 식사 때뿐이고 같은 숙소지만 방은 따로 쓰는 등 평소 교류는 극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축구는 남북을 오가는 합동훈련으로 해법을 찾았다. 단일팀 선수였던 박철 대전 시티즌(프로축구) 스카우트는 “남북 선수들 모두 처음에는 서로 색안경을 끼고 봤다. 하지만 우리도 평양을 직접 가고 그들도 서울을 경험하며 자연스레 마음을 열었다”고 기억했다.
15일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 15~16명이 이달 말 남쪽으로 먼저 내려와 한국대표팀과 합동훈련을 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통일부는 이날 “(합동훈련 여부는) 20일 로잔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공식 부인했다. 실제 이달 말 합동훈련이 성사되더라도 선수들끼리 친해지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축구는 당시 남북 실력이 엇비슷했다. 박 스카우트는 “우리도 절반에 가까운 동료들이 세계대회에서 함께 못 가 아쉬웠지만 냉정히 말해 북한 선수들 실력이 우리보다 크게 떨어지지는 않아 받아들일 수 있는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축구 단일팀은 세계 대회에서 8강 진출의 쾌거를 썼는데 3득점 모두 북한 선수가 했다.
반면 아이스하키는 남북 격차가 있는 편이다. 한국은 지난 해 4월 강릉 세계선수권에서 북한을 3-0으로 이겼다. 아이스하키에서 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22명이다. 북한 선수가 참가하면 단일팀 명분상 출전 기회와 시간을 보장해야 하는데 한국 선수들은 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선수들 입에서 “우리가 북한보다 실력으로 낫다” “북한이 오면 전력이 떨어질 것 같다”는 노골적인 불만이 나오고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억지춘양으로 만들어지면 선수들이 오히려 남북으로 갈라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단일팀 반대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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