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S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관심사는 KBS 정상화”라고 답해 화제가 됐던 배우 정우성(44ㆍ사진)씨의 당시 뒷이야기가 소속 아나운서들을 통해 공개됐다. 이광용, 이선영 KBS 아나운서는 지난 11일 국민TV 시사 프로그램 ‘맘마이스’ 공개 방송에서 당시 정씨와 뉴스 프로그램 작가 사이에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영상 47분 17초부터).
두 아나운서에 따르면, 정씨의 ‘정상화’ 발언은 작가와 사전 조율된 내용이었다. 정씨는 당시 사전 인터뷰에서 작가에게 “관심사를 묻는 질문에는 ‘KBS 정상화’라고 답하겠다”고 말했고, 작가는 이에 “그런 말을 해도 되는지 (윗선에)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씨는 “지금 검열하시는 거냐”고 되물었고, 당황한 작가는 정씨의 대답을 그대로 내보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광용 아나운서는 그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이거 얘기해도 되나, 위에 한 번 물어볼게요’라고 (아무 생각 없이) 말했는데 정우성씨가 ‘이거 검열인가요’ 대답하니 ‘물어 보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수 있다”며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선영 아나운서는 “만약에 작가가 얘기해서 그 질문이 빠졌다면 후폭풍이 얼마나 거셌겠느냐”라고 덧붙였다.
다만 당시 뉴스를 진행했던 앵커들은 이 내용을 미리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에, 정씨 입에서 ‘정상화’ 발언이 나왔을 때 매우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광용 아나운서는 정씨의 발언이 화제가 된 것이 오히려 서글프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KBS 새노조)가 100일 넘게 싸웠는데, 그때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정우성씨가 뉴스 나와서 한 마디 하고나니 우리가 108일 한 것보다 훨씬 더 (반응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선영 아나운서도 “저희가 영상을 1,000개 올려도 정우성씨 1개 올린 걸 따라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시사평론가 정영진씨가 “KBS 차기 사장을 정우성씨가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는 농담을 던지자, 그는 “저는 굳이 반대하고 싶지 않다”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이광용ㆍ이선영 아나운서가 속한 KBS 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 이인호 이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9월 총파업에 돌입해 4개월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지난 2012년 MBC 노조의 파업(170일)에 이어 역대 2번째로 긴 파업이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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