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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와 군사협정 “원전 수출 고육책” “軍 볼모로 도박”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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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와 군사협정 “원전 수출 고육책” “軍 볼모로 도박” 엇갈려

입력
2018.01.15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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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가치ㆍ경제적 이익 평가 필요

원전 경쟁 佛ㆍ美 등도 군사협정

자동개입 중동분쟁 휘말리는 셈

협정 → MOU 꼼수 또 악용 우려

“협정 보완 시급”에는 한목소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방한한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9일 언론 브리핑 도중 악수하고 있다. 칼둔 청장은 무함마드 UAE 왕세제의 최측근으로, 지난달 UAE를 찾은 임 실장이 왕세제를 만난 자리에 배석했다. 고영권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방한한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9일 언론 브리핑 도중 악수하고 있다. 칼둔 청장은 무함마드 UAE 왕세제의 최측근으로, 지난달 UAE를 찾은 임 실장이 왕세제를 만난 자리에 배석했다. 고영권기자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이명박정부 시절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수출 대가로 유사시 자동개입을 보장한 군사협정을 맺었다고 시인하면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방문을 둘러싼 의혹은 급속하게 진정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 파병까지 전제된 비밀 군사협정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봉인돼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전문가들은 협정의 체결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지만, 요동치는 중동정세의 변화에 따라 논란이 불거질 개연성이 높아 절차적ㆍ내용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2009년 11월 UAE와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비밀 군사협정을 맺었다. 문제의 자동개입조항은 여기에 포함돼있다. UAE가 주변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한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개입하는 것이다. 같은 해 12월 유력한 후보인 프랑스를 제치고 원전을 수주한 점에 비춰 군사협정은 원전계약을 따내기 위한 회심의 승부수 내지는 고육지책 정도로 보는 게 전 정권 인사들의 대체적 평가다.

문제는 국회 공론화 절차 없이 밀실에서 원전 수주와 군사적 개입을 맞바꾸는 뒷거래를 한 게 적절한지 여부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은 헌법 제60조에 따라 상호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국군의 해외파병 등은 대해선 반드시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절차적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14일 “(MB가) 현직에 있었다면 바로 탄핵감”이라고도 했다. 특히 2009년 비밀협정에 이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체결한 5개의 분야별 후속 합의를 양해각서(MOU) 형태로 체결한 건 정부가 UAE에 대한 군사지원을 쥐고 흔들겠다는 월권이나 마찬가지다.

체결 필요성을 놓고는 국익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비판론자들은 최정예 특전사와 해군 특수전여단(UDT)으로 구성된 아크부대는 규모(150명)가 작지만 UAE 유사시 ‘인계철선’이 돼 볼모로 잡힐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아크부대가 유사시 UAE의 요인을 보호하는 데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러면 한국군은 자동으로 중동분쟁에 휘말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UAE의 불안한 안보상황도 고민거리다. UAE는 우리와 군사협정을 체결한 2009년 이후 예멘을 비롯한 주변국과 테러세력의 위협에 시달려 사실상 준 교전국이다. 김 의원은 “탄약부터 미사일까지 앞으로 UAE에 우리가 지원해야 할 군수품이 광범위할 것”이라며 “그런데도 동맹에 준하는 자동개입을 보장해 비밀협정을 맺은 것은 심각한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은 “군대는 국가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다양한 자원 가운데 하나”라며 “UAE의 가치와 충분한 경제적 이익을 감안해 협정 필요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개입 조항 때문에 우리가 반드시 중동분쟁에 휘말리는 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우리 아크부대 외에도 여러 나라가 UAE에 대대급 병력을 파병했다”며 “그만큼 상황이 안정돼 있다는 의미이고, 오히려 UAE를 거점으로 중동에서 국익을 창출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론자들은 우리와 원전 수주를 경쟁했던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 영국, 호주 등도 UAE와 자동개입 내용을 담은 협정을 체결했다는 점을 반대 논거로 들기도 한다.

다만 법적ㆍ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해 협정의 보완이 시급하다 데는 이견이 없다. 앞서 9일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 방한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는 UAE와의 점진적 개선에 합의한 상태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UAE와의 군사협정을 당시 정책 우선순위에 따른 통수권자의 통치행위로 인정할 수도 있지만, 법리적으로는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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