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현장이었던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 대한 시민참여 운영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열사 31주기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11시 경찰 지휘부와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를 방문한 이 청장은, 박 열사가 숨진 509호에 헌화·묵념한 뒤 4층 기념전시실을 방문해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본적으로 (인권센터가)국가 건물이라 무상임대가 어려운 상태”라면서 “실정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시민단체와 유족들 뜻에 부합하고, 공간이 유익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했다. 협의는 박 열사 추도일인 14일 이후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주열사박종철기녑사업회 등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인권센터’라는 이름으로 관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 이 건물을 시민단체 관리 하에 민주화기념 전시시설 확장 및 고문치유센터 설치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청장은 이날 방문 목적을 묻는 질문엔 “최근 영화 ‘1987’을 통해 국민들이 6월 항쟁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면서 “경찰의 과거 잘못을 성찰하고, 새 시대에 맞는 인권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경찰 지휘부가 단체로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공식 방문해 박 열사를 추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항쟁 30주년 기념일 전날인 6월9일 이 청장이 비공식으로 이곳을 찾아 추모한 적은 있다.
경찰 지휘부가 이날 방문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은 1987년 1월 서울대생이던 박 열사가 경찰 조사를 받다 고문 끝에 숨진 곳이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글·사진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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