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신년 기자회견서 언급 없어 실망감
세종서 열리는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 참석 여부 등 이목 쏠려
행정수도 개헌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충청권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완성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취임 이후 밝힌 국정과제에 이 같은 의지를 반영하자 세종시를 비롯한 충청권은 개헌안에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떴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행정수도 개헌 문제에 대해 헌법 명시가 아닌 법률위임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이상기류가 감돌기 시작했다. 국회개헌특위 자문위가 제안한 개헌 초안에 행정수도 문제가 누락된 데 이어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행정수도 개헌이나 세종시에 대한 언급은 아예 하지 않으면서 이상기류는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와 정치권이 행정수도 개헌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새 정부 출범으로 고조되던 충청권의 기대감은 실망감과 우려로 바뀌고 있다. 여당과 정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행정수도 개헌 문제를 정략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행정수도완성세종시민대책위 홍석하 정책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개헌과 지방분권 강화 등은 강하게 피력하면서도 정작 세종시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며 “행정수도와 개헌 문제는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행정수도 개헌 의지에 반신반의하고 있는 충청권의 이목은 다음달 1일 세종시에서 열리는 ‘국가균형발전 14주년 기념행사’의 참석 여부와 언급에 쏠려 있다. 이 행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정신을 되새기고, 국가균형발전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자리다. 또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와 세종시가 공동 개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행사다. 충청권은 문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하면 신년사에서 밝힌 ‘2월 중 개헌안 마련’과 관련해 일단 긍정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당이 개헌안 발의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는 시기에 세종시를 찾는 것 자체가 행정수도 개헌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로 읽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행사의 성격이 행정수도 문제와 밀접해 문 대통령이 참석해 내친 김에 행정수도 개헌 문제에 대해 분명히 의지를 밝혀 우려를 불식시켜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홍 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행정도시 착공 10주년 행사에 오지 않아 이번 기념행사에 참석하면 세종시 첫 방문이 된다”며 “행사에 참석하고, 행정수도 완성 의지를 반드시 밝혀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윤형권 세종시의원은 “문 대통령은 대선과 국정과제에서 밝힌 약속을 이행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이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세종시 행정수도를 헌법에 반드시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조선시대 경국대전에서 인용한 관습헌법에 발목을 잡혀 행정수도가 행정도시로 축소된 과오를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미 행정부 3분의 2가 세종시로 내려온 만큼 행정효율성 측면에서도 행정수도 완성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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