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김웅 지음
부키 발행ㆍ384쪽ㆍ1만5,000원
검사 경력 18년, 인천지검 ‘공안’부장이다. 법이란 칼을 휘두르는 이들이 매양 하곤 하는 ‘실체적 진실’, ‘거악 척결’ 등의 말은 하지 않는다. ‘실체적 진실’은 아무리 밝혀도 또 밝혀지고, ‘거악’은 척결해도 또 나타나곤 한다. 어쩌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거악을 척결하겠다는 말 자체가 칼잡이의 오만일 가능성이 있다. 저자는 그 대신 ‘나사못’을 내세운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 부들부들 떨면서 철썩철썩 얻어터지면서 어떻게든 버텨내는 이음매 말이다. 특수ㆍ공안 등 소위 잘 나가는 검사가 아니라 ‘생활형 검사’를 자처하는 형사부 검사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 스케치다. 힘든 곳에서 묵묵이 일한다고 하여 굳이 매우 숭고한 그 무엇으로 치장할 필요는 없다. 우리 모두가 부들부들 떨어가며 철썩철썩 얻어터져가며 어떻게든 버텨내지 않던가. 푸념하듯 써내려 간 문장의 호흡이 재미있고 매력적이다. “잘 나가지 않아도 괜찮아”의 검사 버전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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