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중·황정민·조정석 등
올 상반기에 연극 무대 러시
“연기력 인정받으려” “마케팅 위해”
배우·제작사 이해관계 결합
충무로와 여의도의 큰 별들이 연극 무대에 잇달아 떠오른다. ‘연기력을 더욱 인정받고 싶다’는 배우들과 인지도 있는 배우를 캐스팅해 대중의 눈을 잡겠다는 제작사의 바람이 맞물리며 많은 스타들이 상반기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MBC 연기대상 대상 수상자인 배우 김상중과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2015) 등을 수상한 배우 황정민이 각각 연극 ‘미저리’(두산아트센터 연강홀ㆍ2월 9일~4월 15일)와 ‘리차드 3세’(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ㆍ2월 6일~3월 4일)로 돌아온다. 황정민의 연극 무대는 2008년 ‘웃음의 대학’ 이후 10년 만으로 그는 주인공 리차드 3세를 연기한다. 1990년대 초 극단에서 활동했던 김상중은 데뷔 즈음 연극 이후로는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주연인 폴을 맡는다.
무대 예술과 영상 예술을 오가는 배우들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올해 무대에 오르는 이들의 연극 나들이는 이전과 결이 꽤 다르다. 아주 오랜만에 무대 조명을 받거나, 긴 배우 이력 중 무대 경험은 처음인 경우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리차드 3세’에서 황정민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 김여진과 정웅인도 각각 6년, 3년 만에 카메라 대신 객석 앞에 선다. ‘미저리’에서 김상중과 폴 역을 번갈아 연기하는 배우 김승우는 이번이 연극 데뷔 무대다.
최근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조정석과 김재욱은 연극 ‘아마데우스’(광림아트센터 BBCH홀ㆍ2월 27일~4월 29일)에서 모차르트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팬층을 쌓았던 조정석은 2010년 ‘트루웨스트’ 이후 두 번째로 연극을 한다. 김재욱에게는 첫 연극이다. 연극 배우로 시작해 대학로에서 호평을 받다가 영화와 방송가로 옮겨 온 배우 장영남은 한태숙 연출가의 신작 ‘엘렉트라’(LG아트센터ㆍ4월 26일~5월 5일)를 통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오른다. 노장 배우 최불암은 소극장 연극 ‘별이 빛나는 밤에’(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ㆍ4월)로 관객과 더 가까운 곳에서 만난다. 다음달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에서 공연되는 ‘앙리할아버지와 나’에는 배우 신구, 이순재, 박소담, 김슬기가 출연 중이다.
앞에서 열거한 배우 대부분이 연극을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이들은 다시 연극으로 돌아오는 이유로 ‘연기에 대한 욕심’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영화나 방송은 편집이 가능해 짧은 호흡의 연기가 중요한 반면 무대에서는 끊김 없이 작품 하나를 오롯이 이끌고 가야 한다. 지난달 개최된 ‘리차드 3세’ 제작발표회에서 김여진은 “연극은 대본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호흡을 오래 맞춘 뒤에야 완성이 되지만 방송은 그날 나온 대본으로 연기를 해야 한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소를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방송이라면 연극은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도록 체력단련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담도 지난해 ‘앙리할아버지와 나’ 제작발표회에서 “연극은 매일 두 시간 동안 같은 인물로 같은 감정을 끌고 가기 때문에 매일매일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중·대극장 무대로 집중되며
연극 고유의 실험성 퇴색 우려도
‘리차드 3세’는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미저리’는 영화로 유명한,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연극으로 미국 배우 브루스 윌리스도 2015년 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했다. 이처럼 작품성이 담보된 연극 작품은 배우들의 선택 폭을 넓힌다. 조형준 안산문화재단 PD는 “연극 작품 폭이 확장되면서 배우들도 영화, 드라마와 연극을 동등하게 놓고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인기 배우들의 연극 무대는 중ㆍ대극장으로 집중되는 경향도 있다. ‘리차드 3세’는 객석 1,004석, ‘아마데우스’는 1,026석, ‘미저리’는 620석 규모에서 공연된다. 대형 연극을 제작할 때 비용이 올라가는 만큼 제작사에서도 어느 정도 마케팅을 고려해 배우들을 섭외하는 경향이 있다. 조형준 PD는 “배우들도 단순한 인지도가 아니라 어떠한 분야에서 캐릭터와 배우로 인지도를 높이는 차별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 PD는 “다만 자본력 있는 제작사 작품을 위주로 하게 되면 무대 고유의 실험적ㆍ도전적 시도가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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