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갈등 조합원 37명 격리 목적
구체적 업무 없는 센터에 발령
검찰이 MBC 전직 경영진 4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재판에 넘겼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영기)는 안광한 김장겸 전 사장과 권재홍 백종문 전 부사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노조원 부당전보와 노조 탈퇴 종용, 노조원 승진 배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사장 등은 2014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사측과 갈등을 빚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37명을 보도ㆍ방송 제작부서에서 배제한 뒤 격리할 목적으로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를 만들어 전보 발령하는 등 노조활동에 개입했다.
검찰 조사 결과 두 조직은 2014년 10월 조직개편을 열흘쯤 앞두고 안 전 사장의 갑작스러운 지시로 신설됐다. 조직개편 나흘 전까지도 인력구성 등에 대한 내부 논의가 없어 센터장조차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껍데기’ 조직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센터에 구체적인 업무가 부여된 적이 없다”며 “전보대상자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스케이트장과 주차장 관리 등을 추진하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전보대상자들은 10여 년 이상 종사해 온 기자, PD 등으로, 본래 직무에서 배제돼 경력이 단절되는 불이익을 받았다. 이들은 검찰에 “가족이 사무실에 와보고 ‘유령회사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기자로서의 업무를 하지 못해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안 전 사장 등은 2014년 5월쯤 임원회의에서 노조에 가입한 부장 보직자 3명의 노조탈퇴를 종용, 이를 거부한 1명을 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하기도 했다. 2015년 5월에는 노조를 위해 관련 소송에 탄원서를 제출하거나 사내게시판에 글을 써서 경영진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조합원 5명을 승진에서 배제했다.
검찰은 “통상 부당노동행위사건은 소수 노조원을 상대로 단발성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어용노조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측이 수년간 다수 노조원을 상대로 조직개편과 인사권 등 고유 권한을 가장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드문 사례”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이 기소의견으로 함께 송치했던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 및 박용국 전 미술부장에 대해서는 관여 정도가 약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김재철 전 사장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이첩했고,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노조원을 업무에서 배제하라’고 한 발언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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