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극단적인 기상 재난이 연이어 터지면서 예상치 못한 파생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쏟아진 폭우는 끔찍한 산사태를 유발했고 호주는 79년만의 고온으로 인해 토착종 박쥐가 떼죽음을 당했다. 지난해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허리케인의 여파는 미국 전역의 수액 주머니 부족으로 이어지고 했다.
연초 북미 전역이 이상 저온에 시달리는 동안에도 비교적 따뜻한 날씨를 유지했던 캘리포니아에는 9일(현지시간) 거의 1년 만에 폭우가 쏟아졌는데, 이는 곧바로 대형 산사태 참사로 이어졌다. 지난해 샌타바버라 카운티 일대를 휩쓸고 지나간 대형 산불 ‘토머스’로 산사태를 막아줄 나무들이 다 타 버렸기 때문이다. 산에서 내려온 흙더미가 로스앤젤레스 북서쪽 해변가에 위치한 부촌 몬테시토를 덮치면서 14세 소녀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3만명이 긴급 대피했다.
1939년 이래 기록상 최고 온도인 섭씨 47도를 넘나드는 혹서를 맞이한 호주에선 새끼 날여우박쥐가 떼죽음을 당했다. 시드니 서부 캠벨타운의 ‘야생동물과 숲지대 구호단’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바닥에 쓰러진 새끼 날여우박쥐 사진을 공개하며 정부와 시민이 적극 구조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구호단원 케이트 라이언은 “날여우박쥐는 호주 토착종으로 따뜻한 날씨에 적응했지만 섭씨 40도가 넘으면 체온 조절에 실패해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알프스에는 지난주부터 폭설로 인해 관광객 고립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9일 스위스 마테호른산 근처 관광지 체르마트에는 최근 이틀 간 눈 1.5m가 쌓여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을 전체가 전력이 끊긴 채 고립됐다. 관광객 1만3,000여명 가운데 긴급 구조가 필요했던 100여명은 헬리콥터를 통해 이웃 마을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미 이탈리아 북부 유명 여행지 체르비니아, 프랑스 남동부 사보이 등지도 적설량 1.8~2m를 기록했다. 인명피해도 이어졌다. 지난주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에서 독일 관광객 2명이 숨진 데 이어 8일에는 프랑스 티녜스에서 영국인 스키어 1명이 실종돼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극단적인 기상 재난은 예상치 못한 추가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미국 전역의 병원이 수액 주머니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그 원인으로 지난해 9월 푸에르토리코를 잇따라 강타한 허리케인 ‘어마’와 ‘마리아’를 지목했다.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푸에르토리코의 기반시설 복구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대형 수액 주머니 생산업체인 백스터 인터내셔널이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공장 2개소를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북미를 강타한 추위로 감기 환자가 급증하는 현상까지 겹쳐져 의료진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의약품 부족 문제 전문가인 에린 폭스 유타대 의과대학 교수는 “제3세계 재난 같다”며 “각 병원이 주머니 대신 주사기로 수액을 주사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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