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기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옥상옥(屋上屋),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는다는 말이며, 불필요하게 이중으로 하는 것을 뜻한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대한축구협회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지만 보여주기식 ‘옥상옥’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협회는 기존의 기술위원회 대신 축구발전을 위한 장기적 정책수립과 기술연구 기능을 담당할 기술발전위원회(이임생 위원장)를 지난해 11월 신설했다. 그리고 지난 8일엔 대표팀 감독을 선임ㆍ해임하는 권한을 부여한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회에 김판곤(49) 전 홍콩대표팀 감독을 앉혔다. 크게 보면 기존 기술위원회 역할과 권한을 둘로 쪼개 이원화시켜 운영하겠다는 취지로 보여진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두 기구가 관장하고 책임질 역할이 상당 부분 중첩된다. 김위원장은 8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테크니컬 디렉터’라 선언하며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 축구 유스 시스템 이 내포한 문제점까지 지적하며 중장기적 비전을 그려냄과 동시에 실현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이 수행할 역할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면 해당 기구의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대표팀을 위한 기술적 지원은 기술발전위의 핵심 업무이며 유소년 육성 부분은 박지성(37) 유스전략본부장의 역할과 상충된다. 둘의 업무 경계가 있다면 감독선임위는 U-23 이상 대표팀 감독 선임 권한을 갖고 기술발전위는 U-20 이하를 총괄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기술위원회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소위원회 구성 및 역할 분담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김위원장의 뜻대로 자신의 축구철학을 유스 시스템에 투영시키더라도 U-20은 기술발전위가 관장한다. 정책의 연속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오히려 업무 혼선만 가중될 우려가 높다.
협회는 대표팀의 성적 부진 등 그간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팬들의 분노에 편승한 명분없는 조직 확대는 성과없이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 실익 없는 고비용을 경계하기 위해서는 한국축구의 문제점과 체질 개선에 대한 보다 심층적 진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한국축구가 나아갈 방향이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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