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들 특활비 불법성 인식
검찰 “의상실 비용 등 신권 사용”
최순실에 흘러 들어간 정황 공개
청와대에 상납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최순실(62)씨에게도 흘러 들어간 정황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9일 열린 이재만ㆍ안봉근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뇌물 혐의 공판 서류증거조사에서 검찰 측은 국정원 특활비가 최씨 사익을 추구하는데 이용된 정황을 공개했다. 2013년 말부터 2014년 초까지 최씨와 함께 박 전 대통령 전용의상실을 운영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검찰 조사에서 “의상실에서 사용 된 현금 다발에 매듭이 없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새 돈이었다. 청와대 돈이라고 생각했다”며 “더블루케이 사무실 보증금 1억원 중 최씨로부터 현금으로 받아 납부한 5,000만원도 모두 새 돈이었고 일련번호도 나란히 이어졌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원장에게 지급됐던 특활비는 모두 신권으로 인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하는 게 불법이라는 사실을 국정원장들이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특활비를 은밀히 전달한 이유에 대해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나중에 파장이 예상될 것 같아 은밀하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특수공작사업비 안에 청와대 예산이 포함돼 있다”는 안 전 비서관의 상납 요구에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자신의 정책보좌관에게 “나에게 사기 치는 건 아니겠지?”라고 미심쩍어 한 사실도 공개됐다.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 상납 금액을 꼼꼼히 챙긴 정황도 드러났다. 이 전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국정원에서 봉투가 오니 받으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며 “대통령에게 올렸으나 그대로 내려왔고 ‘(청와대) 특활비에 준해 관리하라’고 해 비서관실 금고에 넣고 직접 관리했다”고 덧붙였다.
직무상 대가를 바라고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안 전 비서관에게 뇌물을 준 사실도 드러났다. 이 전 실장은 검찰조사에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원활한 업무협조를 위해 줬다”며 “대통령이 국정원 업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잘 건의해 달라, 그리고 보안정보국에서 안 좋은 말을 들으면 본인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전 실장은 한번 사표를 내고 그만두려 했는데 대통령의 반려로 다시 기조실장에 복귀했고 검찰은 이 같은 이유가 뇌물 상납 동기라고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특활비 상납을 중단한 지 2개월 만인 2016년 9월 ‘대통령이 돈이 필요하다’며 이 전 실장으로부터 재차 2억원을 상납 받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로 안 전 비서관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이르면 10일 추가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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