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 남측 수석대표로 참가한 조명균(60ㆍ사진) 통일부 장관이 학창시절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포츠 선수 출신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경기 의정부중앙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했다. 경기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수준급의 실력을 갖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1970년대 한국 빙상 간판 스타이자 국가대표였던 이영하씨와 초등학교 동기동창으로, 함께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북측 인사들과 만나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빙상 종목과의 특별한 인연이 약 50년 만에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 논의로 이어진 셈이다.
조 장관 외에도 문재인 정부 내각에는 농구선수 출신 장관이 있다. 김영주(62ㆍ사진) 고용노동부 장관은 1970년대 실업 리그를 주름잡던 서울신탁은행(서울은행) 농구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170㎝의 큰 키를 살려 포워드로 활약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3년 만에 은퇴한 뒤 은행원으로 전직했고, 이후 여성 최초로 전국 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노동운동가로서 제2의 삶을 살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냈고,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 활동중인 문정인(66)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고교 시절 운동선수로 활약했다. 문 특보는 제주 오현고 재학 시절 유도, 씨름, 투포환 선수로 활약하는 등 ‘힘쓰는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투포환 실력은 당시 제주도내 최고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때는 사격 국가대표 출신인 박종길(71)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지냈다. 박 전 차관은 1974년 제7회 테헤란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12년간 남자 사격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1981년 25m 속사 권총경기에서 600점 만점에 595점을 기록,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92년엔 사격 국가대표팀 감독을, 2011년엔 태릉선수촌 촌장을 역임한 체육계 원로이기도 하다.
해외에도 고위 공직자가 된 운동선수 출신 인물이 많다. 최근 라이베리아 대통령에 당선된 조지 웨아(51)가 대표적이다. 웨아는 1990년대 중반 이탈리아, 프랑스 리그에서 뛰며 세계 축구계를 호령한 스타 플레이어였다. 1995년 유럽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를 수상하기도 했다. 올 초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숨겨진 예능감을 뽐낸 복싱계 전설 매니 파퀴아오(39)도 모국 필리핀에서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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