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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18] “토종벌 애벌레 말라죽이는 병 퇴치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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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18] “토종벌 애벌레 말라죽이는 병 퇴치 시동”

입력
2018.01.0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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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전문가 김대립씨 10년 연구 끝

낭충봉아부패병 퇴치법 보급 나서

중단한 청주 토종벌꿀축제도 재개

토종벌전문가 김대립씨가 5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다기능토종벌통으로 여왕벌의 산란을 조절해 낭충봉아부패병을 예방하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 벌통은 지난달 KBS의 ‘아이디어 대한민국’ 프로그램에서 우수상(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토종벌전문가 김대립씨가 5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다기능토종벌통으로 여왕벌의 산란을 조절해 낭충봉아부패병을 예방하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 벌통은 지난달 KBS의 ‘아이디어 대한민국’ 프로그램에서 우수상(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지난 10년간 토종벌 농가를 괴롭혀 온 낭충봉아부패병의 퇴치법을 찾아 매뉴얼까지 완성했어요. 이제 멸종 위기에 놓인 우리 토종벌을 되살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토종벌 괴질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 연구에 앞장서 온 김대립(43·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씨는 “올해는 우리나라가 토종벌 전염병 청정국가로 가는 원년으로 기록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 애벌레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말라 죽는다. 2008년 일부 지역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이 병은 2010년 전국으로 확산돼 그 해 토종벌 98%를 초토화시켰다. 이후 정부 당국이 예찰을 강화하고 전문 약제 개발에 나섰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학계에선 “낭충봉아부패병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도는 없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이런 패배감이 짙어가던 2014년, 김씨는 이 병을 퇴치할 자신 나름의 해법을 찾아낸다. 낭충봉아부패병이 국내 학계에 알려지기 전인 2007년부터 7년여 동안 오직 이 질병을 잡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연구에 매진한 결과였다.

그의 해법은 오롯이 벌통 안에서 나왔다. 질병 예방법과 대처법 모두 꿀벌의 생리적 특성을 활용한 친환경적 방식이다.

그는 수년 간 꿀벌 생태를 관찰한 끝에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가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침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한 번 시작되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2차 감염이 벌의 면역력이 저하될 때 더 심해지는 것도 확인했다. 따라서 이 질병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감염 위험이 높은 4월과 7월에 여왕벌의 산란을 조절해 꿀벌의 면역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여왕벌이 알을 낳으면 그 때부터 일벌들은 알을 먹이고 키우느라 부단히 일을 해야 합니다. 엄청난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는 거죠. 이런 생태적 특징을 역이용해 낭충봉아부패병 해충이 왕성한 시기에는 여왕벌이 산란을 못하도록 막아주는 겁니다. 그럼 일벌들이 휴식을 취하며 면역력을 키워 해충을 몰아낼 수 있게 됩니다.”

김씨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 방법을 ‘토종벌 육아휴식’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여왕벌의 산란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다기능벌통도 개발했다. 이 통은 평상시엔 여왕벌과 일벌들이 자유롭게 함께 드나들다가 낭충봉아부패병 감염위험 시기가 되면 여왕벌의 출입을 금지해 알을 낳지 못하도록 고안됐다.

해법을 찾은 김씨는 청주지역 토종벌 농가들을 찾아다니며 실증 작업에 들어갔다. 지역 80여개 농가를 설득해 ‘낭충봉아부패병 제로화 운동’을 2015년부터 본격화했다.

지역 농가들은 “우리가 포기하면 한국 토종벌은 멸종된다”며 적극적으로 김씨의 퇴치법을 수용하고 현장에 적용했다. 그 결과 2017년 11월에는 토종벌을 예전의 90%까지 되살렸고, 공동으로 고품질의 토종꿀까지 생산해 자축연을 열기도 했다.

그 사이 김씨는 질병 진척 상황에 따른 매뉴얼을 다듬고, 전국의 토종벌지킴이 회원 등을 상대로 무료 교육도 진행했다.

“지역 농가의 실증을 통해 퇴치 매뉴얼의 효과를 확신할 수 있었다.”는 그는 “올해부터 이 매뉴얼을 전국에 확대 보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우선 전국에서 낭충봉아부패병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 몇 곳을 택해 그 곳을 먼저 살리는 일부터 시작할 참이다. 이 작업에는 그 동안 그의 퇴치 매뉴얼을 익힌 전국 토종벌지킴이 회원과 청주지역 토종벌 농가들이 동참할 예정이다. 토종벌을 살리는 현장에서는 전염병 퇴치법 무료 강의와 실습, 정보 교류가 진행된다.

김씨는 2011년부터 중단된 청주 낭성 토종벌꿀 축제를 올해 가을 재개할 계획도 세웠다. 토종벌 연구가이자 사육농인 그는 고향인 청주시 낭성면에서 2007년부터 매년 벌꿀 축제를 열다가 낭충봉아부패병 때문에 4년 만에 축제를 중단하고 말았다. 질병 퇴치법을 찾은 후 그의 밀원(4만㎡)은 토종벌 천국으로 완전 복원됐다.

김씨는 “붕괴 직전에 이른 국내 토종벌 시장에서 이제 작은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게 됐다.”며 “전국 동시 방역이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낭충봉아부패병 퇴치에 전국 토종벌 농가들이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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