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조명균ㆍ北 리선권, 대표단 이끌어
北, 도보로 군사분계선 넘어 회담장에
北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 우선 논의
육로 입국ㆍ공동 입장 여부 등 협의
이산 상봉 등 남북 현안도 논의할 듯
남북이 9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고위급 회담을 연다. 2015년 12월 이후 2년 1개월 만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개최되는 이번 남북 당국회담에서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남북 관계 개선 방안도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한 우리측 대표단 5명은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통일부 남북회담본부를 출발해 오전 9시쯤 회담장인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 도착했다. 회담 대표단이 나눠 탄 승용차 3대와 수행원 및 현장상황실 요원 등 지원 인력이 탑승한 버스 2대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판문점으로 향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이끄는 북측 대표단 5명과 수행원ㆍ취재진 등은 오전 9시 30분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도보로 회담장에 올 예정이다.
회담은 오전 10시 남북 5명씩 모두 10명의 대표단 전원이 참석하는 전체회의로 시작된다. 양측 수석대표가 모두발언을 통해 회담에 임하는 소회와 덕담을 나눈 뒤 각자 입장과 요구 사항 등을 밝히는 양측 기조발언이 이어진다. 전체회의가 끝나면 수석ㆍ차석대표 회담을 비롯한 남북 담당자들 사이의 개별 회담이 뒤따른다. 이 자리에서 회담 의제 조율과 합의 도출을 위한 본격 협상이 이뤄진다. 통일부 관계자는 “회담 종료 시각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남측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관련 문제를 우선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관심사는 남북의 개회식 공동 입장 성사 여부다. 남북은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까지 아홉 차례나 종합대회 개막식에 나란히 입장, 이번에도 공동 입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번에 공동 입장이 성사되면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이후 11년 만이자 10번째다. 이미 정부는 북측에 공동 입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경로를 통해 북한 선수단이 입국할지도 의논 대상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 선수단의 육로 방남(訪南)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도 금강산 육로를 통해 대표단과 선수단을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얘기가 중국 쪽에서 흘러나온다. 지금까지 남쪽에서 열린 스포츠대회에 북한 선수단이 육로를 통해 들어온 적은 없다. 이에 남북이 합의하면 2015년 10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릴 때 남측 이산가족들이 육로로 이동한 뒤 2년 3개월 만의 금강산 육로 왕래가 된다.
북측이 선수단 외에 응원단이나 예술단 등을 대표단으로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대표단장으로 누가 내려올지도 관심사다. 북한 정권 ‘2인자’로 평가되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최근 최 부위원장으로부터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자리를 넘겨 받은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남측은 북한 대표단을 대상으로 한 체류ㆍ교통 경비와 편의 제공을 위해 평창 올림픽ㆍ패럴림픽 기간 동안 대북 독자 제재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필 것”이라고 했다.
평창 올림픽 관련 논의는 남측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 북측의 원길우 체육성 부상과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이 실무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등 3명은 리 위원장,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황충성 조평통 부장 등 북한 대표단 3명과 남북 관계 복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남측은 지난해 7월 북한에 제의했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한, MDL상 적대 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협의할 적십자회담 개최 문제를 다시 제기할 방침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미군 전략자산 전개 중지 등을 거듭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재가동 등도 북한이 언급할 수 있지만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한 대규모 경제협력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북핵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회담과 관련해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핵 문제 해결과 따로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의 관심사에는 북핵 문제가 당연히 포함된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 및 남북 관계 개선과 관련한 큰 틀의 합의만 이룬 뒤 분야별 후속 회담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회담 상황은 회담본부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대화 내용은 영상과 음성이 모두 청와대로 전달된다. 평양에는 회담장 음성만 전송된다.
공동취재단ㆍ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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