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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씨름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중 국보는?

입력
2018.01.09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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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절하된 보물들 많지만

문화재에도 승진제도 존재

‘보물’ 단계를 일단 거친 후

소장자가 ‘국보’ 신청해야

한 해 겨우 1~2건 신청

김홍도의 '씨름'과 '서당' 그림이 들어 있는 '풍속도 화첩'은 1970년 보물 제527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 제공
김홍도의 '씨름'과 '서당' 그림이 들어 있는 '풍속도 화첩'은 1970년 보물 제527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에 대한 질문 하나. 조선시대 천재 화가로 꼽히는 단원 김홍도의 대표작인 ‘씨름도’와 ‘서당도’는 국보인가 아닌가. 정답은 ‘아니다’이다. ‘씨름도’와 ‘서당도’가 들어있는 ‘풍속도 화첩’은 1970년 보물 제527호로 지정됐다.

지난 4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로 전해지는 ‘삼국사기’ 완질본 2건이 국보로 승격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물 제525호와 보물 제723호로 각각 지정돼 있는 ‘삼국사기’ 2건이 각각 국보로 지정예고 됐고, 문화재심의위원회를 거쳐 한 달 후 확정된다. ‘삼국사기’와 같이 고려시대에 쓰인 역사서인 ‘삼국유사’는 2003년 2건이 국보로 지정됐으나 ‘삼국사기’의 국보 지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창시절부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중요성을 들어 온 사람이라면 ‘삼국사기’는 국보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생소하게 느껴질 만하다.

모든 문화재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니지만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돼 있어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국보 아닌 문화재’는 생각보다 많다.

조선시대 장영실 등이 제작한 해시계 앙부일구는 보물 제845호다. 문화재청 제공
조선시대 장영실 등이 제작한 해시계 앙부일구는 보물 제845호다. 문화재청 제공
조선후기 지리학자 김정호가 집성해 만든 '대동여지도'는 모두 보물로 지정돼 있다. 문화재청 제공
조선후기 지리학자 김정호가 집성해 만든 '대동여지도'는 모두 보물로 지정돼 있다. 문화재청 제공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등장해 많은 어린이 과학도를 낳은 측우기, 해시계도 아직 국보가 아니다. 현존하는 유일한 측우기인 ‘금영측우기’는 보물 제561호(1971), 장영실 등이 만들었던 해시계 ‘앙부일구’는 보물 제845호(1985)로 지정돼 있다. 조선후기 지리학자인 김정호가 제작한 지도인 ‘대동여지도’는 성신여대와 서울대,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 중인 3건이 모두 보물 제850호다. 김정호가 제작한 또 다른 지도인 ‘청구도’는 보물 제1594호다.

한국인이라면 다 알만한 이들 문화재가 국보가 아닌 건 법적 절차 때문이다. 1962년 제정 공포된 문화재보호법 제23조는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인류문화의 관점에서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을 국보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입사원이 승진 과정을 거쳐 과장 부장이 되듯, 문화재도 처음엔 보물 등으로 지정되고,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인정되면 국보로까지 ‘신분’이 상승한다. 국보인 듯하면서도 보물인 문화재 대부분은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인 1970~80년대에 보물로 지정됐다. ‘보물이 아니면 국보가 될 수 없다’는 제한을 둔 건 아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국보 지정 전 보물 단계를 거치는 관행이 사실상 정착됐다.

국보 승격을 위해선 문화재 소장자의 신청 절차가 필요하지만, 문화재청에 접수되는 신청 건수는 1년에 한 두 건에 그친다. 문화재청은 2~3년 전부터 국보급의 가치가 있음에도 보물로 지정돼 있는 대상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삼국사기’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국보 승격 대상이 됐다. 황정연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연구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문화재의 가치가 규명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일단 지방의 시도유형문화재로 인정받고, 시간이 지나서 보물로 지정된 후 국보로 승격한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는 331건, 보물은 2,106건이다. 지난해에는 국보 3건, 보물 37건이 새로 지정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화재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개인의 과도한 문화재 지정신청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요한 점은 국보든 보물이든,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든 적절한 관리와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황 연구사는 “같은 국보이더라도 국민들에게 낯선 문화재는 주목을 덜 받게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국보건 보물이건 문화재가 소재하는 다양한 환경에 맞춰 관리정책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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