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자리에 ‘주4일제’ 6명 채용
월급 20% 적지만 복지혜택 동일
“육아∙직장생활 균형에 안성맞춤”
경북도 출자기관 6곳 총 22명 채용
올해 27개 기관으로 확대하기로
새 정부 국정과제 1순위인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가 전국 공공기관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반면 구직자 입장에서는 정작 정보부족으로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정책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각 지방정부가 특화사업으로 진행중인 우수 일자리 정책 사례와 기대효과 및 관련 채용 정보 등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4일 경북 경산시 경북도 출자출연기관인 경북테크노파크. 150여명이 일하는 이곳의 경북산업빅데이터센터와 경북글로벌게임센터에는 지난해 9월과 이달 초 갓 들어온 주4일제 정규직 6명이 자투리 시간을 틈타 품평회 겸 노하우를 주고받고 있었다.
5개월째 주4일 근무 중인 김나은(32ㆍ여) 주임은 “4월 출산을 앞둔 임산부라 평일에 산부인과를 갈 수도 있고 은행 업무도 맘대로 볼 수 있어 좋다”며 “주4일제는 육아와 직장생활의 균형을 맞추는데 그저 그만”이라고 말했다.
미혼인 최가영(29ㆍ여) 주임은 남는 시간을 활용해 대학원 진학과 학원 수강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는 “백세 시대 자기개발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역과 국제통상 분야의 대학원에 다니고 싶고,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프로그램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일벌레만 살아 남는 대한민국 직장, 그것도 공공기관에서 주4일 근무제라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모험에 가까운 이 실험은 노동에 대한 고정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차원에서 가히 혁명적이다.
경북테크노파크는 주4일 근무자만 별도로 팀을 구성한 덕분인지 주5일 근무자와 불협화음은 들리지 않았다. 최효원(26ㆍ여)씨도 이곳에서 주5일제 계약직으로 일하다 올초 정규직 주4일 근로자로 터를 잡아 흐뭇하기만 하다. 다만 주5일 근무자보다 20% 적은 봉급은 어쩔 수 없는 불만이었다. 신입인 김재완(34)씨는 “아내가 육아휴직 중이어서 자식 두 명을 키우려면 경제적으로 압박감이 있지만 주5일 근무의 80% 수준인 임금규정을 알고 들어온 터여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며 마음을 다졌다.
경북테크노파크가 5일제 근무자 5명 자리에 4일제 6명을 배치하면서 한 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올해는 4일제 근무자 채용 인원을 두 자리 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은 “주4일제 직원도 급여를 제외한 모든 복지혜택을 일반 직원과 똑같이 받고 있어 업무에 적극적”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계속 늘려 가겠다”고 말했다.
경북도 출자출연기관 중 주4일제 근무를 도입한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경북도가 지난해 하반기 주4일제 근무제를 추진한 후 한국국학진흥원이 7명,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3명,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과 경북신용보증재단, 경북문화재연구원이 각 2명 등 6개 시범기관이 모두 22명을 4일제로 채용했다. 신용보증재단은 5일제 직원 2명이 4일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도는 이들 시범기관의 사례발표와 성과분석을 통해 4월쯤 워크숍을 열고 30개 출자출연기관 중 도내 3개 의료기관을 제외한 27개 기관이 올해 4일제 근무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게 된다.
경북지역 민간기업도 호응했다. 지난달 14일 경북도와 경북화장품기업협의체 소속 22개사는 고용협약 체결식을 갖고 50명을 주4일 근무제로 채용키로 합의했다.
주4일 근무제가 선도하는 경북도의 일자리 나누기 바람은 정시 퇴근과 유연근무제, 월ㆍ금요일 회의 금지 등 간부회의 축소 등 근무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는 ‘일하기 좋은 직장만들기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하고 성공모델을 발굴해 23개 시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일곤 경북도 예산담당관은 “주4일제 근무는 경북형 공공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모델이며 민간으로도 확산될 수 있는 선진국형 근로시스템”이라며 “출자출연기관에서 퇴직 등 채용 요인이 발생하면 4일제 정규직으로 뽑을 수 있는 환경을 빨리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안동ㆍ경산=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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