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넌 “반역적 표현은 매너포트 겨냥한 것”
백악관 밀러 고문 “트럼프는 정치적 천재”
울프 “백악관 내서 유사시 권력승계 늘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백악관의 막후를 폭로한 마이클 울프의 ‘화염과 분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언급을 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뒤늦은 해명과 함께 백악관과의 관계 정상화 시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도 책 내용을 거짓으로 몰아붙이면서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배넌은 7일(현지시간)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낸 성명을 통해 책 출간 후 첫 입장을 표명했다. 2016년 6월 트럼프 주니어(대통령의 장남), 재러드 쿠슈너(사위), 폴 매너포트 당시 선거본부장이 러시아 정보원과 만난 사건을 ‘반역’, ‘비애국적’이라고 표현한 대목과 관련, 트럼프 주니어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노회한 전략가인 매너포트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해군 장교로 복무하며 구 소련 잠수함 추격 작전을 했던 경험을 근거로 당시 회동을 그렇게 판단했다면서 대통령 아들에 대해 “애국자이며 훌륭한 인물”이라고 칭송했다. 또 “대통령과 그의 국정과제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과 그의 장남에 흠집 내는 발언을 한 점에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배넌과 화해하겠다거나 용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화염과 분노’에 대해 연일 방어에 나선 가운데 측근들은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충성서약 형태로 이 책의 저자와 배넌을 앞다퉈 공격하기 시작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CNN방송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 천재’라고 주장하며 ‘화염과 분노’가 제기한 정신건강 이상설을 반박했다. 밀러는 “배넌의 트럼프 선거 캠프 참여는 비극이고 불행”,“배넌의 역할은 매우 과장됐다”고 비난했다. ‘화염과 분노’에 대해서는 “쓰레기 작가가 지은 쓰레기 소설”이라고 깎아 내렸다. 또 트럼프와 앙숙인 CNN에 대해 “24시간 반(反) 트럼프 보도만 일삼는 방송”이라고 비난한 뒤 “3분 만이라도 트럼프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진행자인 제이크 태퍼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나의 쇼이기 때문”이라며 인터뷰를 서둘러 끝냈다. 이에 대해 방송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가짜뉴스 CNN의 태퍼가 밀러와의 인터뷰를 망쳤다”고 비판했다.
밀러 뿐 아니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ABC뉴스에서 “나는 항상 사람들이 돈과 권력을 위해 어디까지 거짓말하는지에 대해 놀라곤 한다”며 우회적으로 배넌을 비판했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폭스뉴스에서 “대통령은 CIA 보고를 꼼꼼히 챙긴다”며 CIA의 일일 정보보고에 관심이 없다는 ‘화염과 분노’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책에서 대통령의 정신건강 문제를 제기했던 마이클 울프는 NBC방송에 출연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할 시 권한 승계 순위에 대해 규정한) 수정헌법 제25조가 백악관에서는 일상적으로 살아있는 개념”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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