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융기 연세대ㆍ김호근 세브란스병원 교수팀
과다 생성된 당분, 암 억제 단백질 활동 방해
단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암 억제회로가 붕괴되고 악성암세포가 생성돼 당뇨병뿐만 아니라 췌장ㆍ위ㆍ간 등 소화기암까지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백융기 연세대 생화학과 특훈교수와 김호근(병리과)ㆍ강창무(간담췌외과) 세브란스병원 교수팀이 최첨단 단백체학 기술을 이용해 공동 수행한 연구에서 이 같은 사실이 규명됐다. 논문은 최근 국제 암연구 분야 학술지 ‘캔서 리서치(IF=9.12)’ 온라인판에 실렸다.
우리 몸에서 각종 생체반응을 주관하는 단백질은 암을 억제하거나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폭소3이나 p53같은 일부 암 억제 단백질은 비정상적인 세포분열을 일으킬 기미가 있을 때 세포사멸 과정을 유도해 암을 억제한다.
그런데 당분을 자주 섭취하면 '오글루넥'이라는 당 분자가 많이 생성되면서 이 가운데 일부가 암을 억제하는 단백질 폭소3의 특정 위치에 붙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암 억제 단백질인 폭소3의 284번 세린 아미노기에 오글루넥이 붙으면 MDM2라는 발암인자가 크게 활성화해 p53이 주도하는 암 억제회로가 붕괴되고, 연결된 p21세포주기 조절자마저 훼손돼 멀쩡하던 췌장세포를 악성 췌장암세포로 바뀌게 한다.
따라서 지나친 당분 섭취는 당뇨병뿐만 아니라 중요한 암 억제조절자의 기능마저 파괴해 아직 진단자가 없어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가장 낮은 췌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현상이 위암과 간암 조직에서도 동시에 발생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들 암 조직에서는 과잉 당 대사를 촉진하는 효소 유전자들이 크게 활성화돼 오글루넥 당분도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성됐다. 당분의 과잉 생성과 췌장암 등 소화기암과의 연관성을 분자 수준에서 생화학적으로 처음 증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임상 분야에서 췌장암이나 위암, 간암 등 소화기암 환자의 조직을 검사할 때 당화된 폭소3의 발현 정도를 정상인과 비교 조사하는 것으로 암 진단은 물론 항암 표적치료를 시도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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