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잠'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다. 뇌 의학, 수면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여전히 연구에 매달리고 있으며, 프랑스 유명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수면의 각 단계를 탐험하는 ‘잠’이라는 소설로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최근 프랑스에서 '잠'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7일 ‘슬립(Sleep)’ 저널에 실린 연구결과를 인용해 “사람들이 잠든 사이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은 깨어있을 때 하는 말보다 훨씬 부정적이고 공격적”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연구는 230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약 900회에 걸쳐 수면 상태의 발화를 녹음한 후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기록된 음성들은 수다, 침묵, 욕설 등으로 분류된 후 일상에서 사용되는 말과 비교·분석됐다.
수면 상태에서 하는 말의 59%는 중얼거리거나 속삭이는 비언어적인 발화였지만, 그 이외에는 대부분 듣기 불쾌하고 공격적인 표현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언어적 발화 중 24%는 부정적인 내용이었으며, 22%는 험악한 표현, 약 10%는 어떤 형태로는 “아니야(no)”라는 말을 담고 있었다. 욕설 또한 자주 나왔다. 욕설을 하는 시간은 수면 시간 전체의 2.5%를 차지했는데, 깨어있는 시간의 0.003%만 욕설을 하는 것과 비교할 때 800배 더 많았다. 자는 동안 나온 말 중 가장 흔한 단어이기도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수면 상태의 발화는 비교적 문법적으로 정확했고 평소에 말하는 것과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사람들이 잠든 사이, 이처럼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말을 하게 되는 이유는 꿈의 기능에 대한 이론 중 하나인 "위험 시뮬레이션 이론"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깨어있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위험에 대해, 뇌는 잠든 사이 시뮬레이션 과정을 반복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훈련을 한다는 가설이다.
수면 상태의 발화는 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수면과 뇌전증에 대해 연구하는 칼 바질은 이에 대해 “뇌의 기능이 (깨어있을 때에 비해) 수면 단계에서 더 높아질 것이라는 그 동안의 연구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수면 상태의 발화가 문법적으로 정확했던 건 잠들었을 때도 깨어있을 때와 같은 신경 체계가 작동했다는 의미”이며, “정확한 발음보다 중얼거리는 경우가 더 많았던 건 자는 동안 몇몇 동작의 움직임이 억제된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는 동안 신경체계는 깨어있지만, 뇌가 근육의 움직임을 차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파리의 신경학자이자 해당 연구의 수석 연구원인 이자벨 아르눌프는 “궁극적으로 수면 상태의 발화는 뇌 기능이 복잡한 단계를 지니고 있음을 암시하며, 이는 꿈의 기능과 목적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더 많은 영감을 준다”고 덧붙였다.
권민지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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