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셀프 연임’ 개선 목소리
노조도 후보 추천 움직임 본격화
‘대거 교체냐 연임이냐’ 주목
오는 3월 금융권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대거 만료된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혁 요구에 국민연금을 등에 업은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 움직임까지 본격화하면서 연임과 물갈이 기로에 선 사외이사들의 향배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ㆍ신한ㆍKEB하나ㆍNH농협 등 국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28명 가운데 24명(85.7%)%의 임기가 3월 끝난다. 2014년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사외이사는 선임 후 첫 2년은 임기가 보장되고 이후엔 1년씩 연임할 수 있다. 현재 KB금융(5년)을 제외하면 최장 6년까지 사외이사직을 맡을 수 있다. 신한금융은 10명 중 8명이 임기가 끝나는데 이중 이상경 변호사는 최대 임기(6년)를 채워 교체 명단에 들어가 있다. KB금융은 총 7명 가운데 스튜어트 솔로몬 메트라이프생명보험 회장을 뺀 6명이 모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현재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해 사외이사 7명 전원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들어가 있는 하나금융도 윤종남 회추위원장을 비롯한 6명이 재선임 기로에 서 있다. 농협금융은 4명 전원이 임기가 끝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만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가동될 예정인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진 사퇴 등 특별한 사안이 없으면 연임이 당연시됐다”며 “하지만 올해는 당국이 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을 비판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일부는 교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수 차례에 걸쳐 “경영진과 친분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최고경영자(CEO)를 뽑고 다시 CEO가 이들을 연임하는 지배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자문기구로 활동하던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지난달 민간 금융회사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검토를 권고했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금융권 노동조합도 사외이사 후보를 내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권 행사에도 주총의 문턱을 넘지 못한 KB노조는 정치 경력 등으로 논란이 없는 새 후보를 물색 중이다. 하나금융 노조와 신한금융 노조 역시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할 예정이다. 금융권 노조는 KB와 신한, 하나금융 등의 최대주주로 있는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과 노조의 입김이 세지면 결국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주주 기반의 기업은 ‘수익을 어떻게 내고 주주에게 어떤 보상을 하는지’가 평가의 핵심인데, 금융당국과 노조, 심지어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까지 특정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엉켜있는 형국”이라며 ”노동이사제가 활발한 독일도 사후 점검 차원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감사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이지 사전에 경영 관련 이사회에 들어가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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