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이후 성공을 기다릴 때, 그 성공은 의외의 곳에서 찾아올지 모른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인생에서 실패한 이들이 또 다른 가치를 찾아나가는 이야기다.
퇴물 복서 조하(이병헌 분)는 한때 웰터급 챔피언이었지만 이젠 나이도 먹을 대로 먹고 이종격투기 스파링 상대로 전전하는 인물이다. 그것마저 불러주는 이가 없어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캐나다로 이민 가길 꿈꾼다. 그러다가 17년 만에 자신을 버렸던 엄마(윤여정 분)와 이복동생이자 서번트증후군이 있는 진태(박정민 분)를 만나면서 그의 삶은 조금씩 달라진다.
어린 시절 헤어진 가족, 몸이 좋지 않은 엄마와 동생 등 소재만 봐서는 가족영화로서 최루성 눈물을 예상케 한다. 이 가운데 특히 관심을 모은 건 이 작품이 ‘히말라야’로 대표되는 신파성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JK필름이 제작했다는 점이다. 이들의 보편적인 감성을 기대하는 대중이 있는 반면 오히려 과도한 신파에 대한 우려를 하는 대중도 존재하던 상황. 하지만 ‘공조’ 이후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감성과 작품의 맥락 사이에서 적절하게 기준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이 내 세상’ 역시 극 초반부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이 되기도 하지만, 진부해지는 지점을 조금씩 비켜나가며 끝내 마음을 움직인다.
진부함을 없앤 방법으로는 주인공을 위로하기 위해 억지 영광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주인공이 몰락한 상황에서 시작한다. 이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패배한 주인공이 재기에 성공하는 스토리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조하는 ‘자신만의 행복’으로 구원받지 않는다. 그가 성공하는 것보다 서번트증후군인 동생이 점점 빛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의 정점에 올라선다. 결국 제목 ‘그것만이 내 세상’은 조하가 가지고 있지 않았던 가족과 함께 기대하지 않았던 감정을 마주하면서 성장한 세상을 말한다.
게다가 조하가 겨우 마주한 세상은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다. 가족영화로서 깔끔하게 행복해지는 결말로 향해 갈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결말로 가는 도중 툭툭 걸리는 게 많다. 특히 조하의 감정이 그렇다. 뼛속까지 외로운 인물 조하는 17년 만에 엄마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미운 것도 싫고 편하게 있다가 나가겠다”라며 가족에게 기대를 걸지 않는다. 어느 순간 마음을 주고 말지만, 그의 예상대로 가족은 자신이 원했던 것들을 다 채워주지는 못 한다. 이렇게 조하의 어린 시절 고통과 외로움은 승화되지 못하면서 관객은 조하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감정을 연기한 배우들로는 지난 2016년 각종 영화제에서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을, ‘동주’로 신인상을 휩쓴 이병헌과 박정민이 나서 눈길을 모은다. 한 작품에서 두 배우의 연기를 한 번에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마스터’ ‘남한산성’ 등 묵직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이병헌은 이번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시도 때도 없이 코피를 흘리고 다닌다. 자신이 망가지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만들어낸 애드리브와 웃음은 극중 빛을 발한다. 박정민은 서번트증후군에 뛰어난 피아노 실력까지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괴물 신인’임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엄마 인숙 역을 맡은 윤여정은 대사 하나 하나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붙든다. 한지민은 특별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선택하기 쉽지 않은 역을 맡았다. 그가 맡은 가율은 한때 피아노로 이름을 날렸지만 상처를 입고 추락한 인물로, 복잡한 감정을 연기함과 동시에 박정민과 함께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선보인다. 오는 17일 개봉.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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